(조선일보 2016.09.18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정릉에서 친구에게 이런 곳에 작은 초가집 짓고 산다면 사시사철 솔향기 풍겨서 여름 더위를 식혀주고 그윽한 새는 사람을 만나도 울 줄을 모르고 한직에 뒤처진 신세가 깨끗한 복이거니 | 貞陵齋舍 與申寢郞錫寬作 此間能築小茅堂 (차간능축소모당) 松氣四時三夏少 (송기사시삼하소) 幽禽不解逢人語 (유금불해봉인어) 寄在郞潛爲凈福 (기재낭잠위정복) |
동번(東樊) 이만용(李晩用·1792~1863)이 50세 무렵에 썼다.
시인이 서울 북쪽 정릉에서 근무하는 친구를 찾아갔다.
친구는 남보다 뒤처진 능참봉 신세를 하소연했다. 그러면 위로를 해야겠다.
그런 소리 말게. 출세한 이들이 번잡한 도회지에서 시달릴 때
이렇게 경치 좋은 데서 한가롭게 지내잖나.
사시사철 풍겨오는 솔향기는 무더위도 물리치고,
하루라도 계곡 물소리 들으면 수명이 십 년은 연장되겠네.
남들은 수명을 줄일 때 자네는 수명을 늘리는군.
이런 외딴곳에 근무하다니 실은 청복(淸福)을 누리는 걸세.
훗날 출세하더라도 이곳에 머물렀던 것을 잊지 말게나.
한직에 머물러 있는 것 그게 도리어 인생의 행복일 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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