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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1] Anything new is bad

바람아님 2016. 9. 24. 09:13

(조선일보 2016.09.24 이미도 외화 번역가)

"그녀는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자 빌 클린턴은 지지 연설 중 아내를 'change-maker'라고 칭했습니다. 
이 표현을 떠올릴 때면 저는 사르트르의 명구, 즉 'Life is C between B and D'가 생각난답니다. 
B는 Birth(탄생), D는 Death(사망), C는 Choice(선택)입니다. 
나서 죽을 때까지 누구나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어떤 선택은 우리의 운명까지 바꿔놓지요.
'크루즈 패밀리'
저는 사르트르의 Choice를 Change로 바꿔보곤 합니다. 
더 나아지려는 변화는 우리네 인생에서 으뜸으로 중요한 과제이니까요. 
이런 은유가 있습니다. 'If nothing ever changed, there'd be no butterflies(변화하지 않으면 나비가 될 수 없다).' 
변화를 거부하는 이는 나비가 못 되는 애벌레와 같다는 함의인데요, 요즘대로라면 국민안전처가 바로 그런 애벌레일 것입니다.

대지진이 소재인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한 원시인 가장(家長)의 위기 탈출 모험을 그린 '크루즈 패밀리(The Croods· 사진)'입니다. 
이 가장이 가장 싫어하는 건 호기심입니다. 반면 그의 딸은 제일 좋아하는 게 호기심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Eep입니다. 발음이 If를 닮았지요. 둘은 곧잘 충돌합니다.

호기심은 나쁘고 변화는 더 나쁘다고 믿는 가장은 툭 하면 외칩니다. 
"Anything new is bad(새로운 건 뭐든지 나빠)" 그러면서 그는 누구도 동굴 밖에 못 나가게 합니다.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두려움은 창조자가 우리에게 심어준 창의력을 잘못 사용하는 결과
(Fear is nothing but a misuse of the creativity God instilled in you)'라는 걸 못 깨친 탓이지요.

대단원에서 가장 혼자만 동굴에 갇힙니다. 
그제야 그는 난생처음 위대한 도전을 합니다. 
'머리 쓰기' 도전입니다. 
호기심 많은 딸이 했던 수많은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아가면서 비로소 그는 '나비'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