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신축은 없다" 용산공원을 녹색지대로

바람아님 2016. 11. 28. 23:42
조선일보 : 2016.11.28 03:00

조성계획 수립 건축가 승효상 "머지않아 국방부도 옮겨야"

"뒤늦게라도 부처 간 나눠 먹기 식 용산공원 개발계획을 백지화한 걸 환영한다."

국토교통부가 용산 국가공원에 들이기로 했던 경찰박물관 등 정부 부처 8개 기념관·전시관 계획을 철회하자 전문가들이 보인 반응이다. 이들은 "용산공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 공원으로 태어날 수 있는 좋은 계기"라며 반겼다. 단국대 조명래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부)는 "국가 공원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용산공원 조성 과정에서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내년 말 용산 미군 기지가 경기도 평택으로 옮겨가면 용산공원 공사에 들어간다.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243만㎡ 규모로 계획하고 있다.

◇공원 콘텐츠는 '미래 세대'가 결정

국토부는 용산공원 부지가 서울에 남은 마지막 대형 녹지라는 점을 고려해 미래 세대가 공원 조성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2027년 조성 완료'라는 일정을 사실상 포기하기로 했다. 진현환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은 "2027년까지 공사를 완료한다기보다 공원 기본계획 뼈대를 완성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겠다"면서 "어떤 시설물을 설치할지 미래 세대가 여건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여백을 남겨두겠다"고 강조했다.

대형 인공호수에서 뱃놀이를 용산공원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조경설계회사 ‘West8’이 지난 25일 공개한 공원 내 인공호수의 완공 후 예상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뒤쪽에 설치되는 대형 인공호수에는 공원 방문객이 뱃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선착장도 설치될 예정이다.
대형 인공호수에서 뱃놀이를 용산공원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조경설계회사 ‘West8’이 지난 25일 공개한 공원 내 인공호수의 완공 후 예상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뒤쪽에 설치되는 대형 인공호수에는 공원 방문객이 뱃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선착장도 설치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이는 정부가 용산공원 내 시설물 설치·철거 계획을 서둘러 확정해 공사하지 않고, 미군 기지가 남겨 놓은 흉물을 제거하면서 군사기지 조성 이전 원형을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토부가 용산 기지 내 1200여개 건물 중 보존·활용 가치가 높은 80개를 철거하지 않고 활용하겠다는 기존 계획은 변함이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80개 건물을 재활용하는 방안은 국민적 공감대를 구하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토부 결정은 국책 사업을 특정 정부의 치적으로 삼으려고 무리수를 두던 관행을 깼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공원을 조성함에 있어 공급자(정부)가 아닌 수요자(시민) 중심으로 발상을 전환했다는 게 성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남산~한강 녹지 원형 살리기로

현재 용산공원의 기본 설계는 네덜란드의 도시·조경 분야 전문 설계사인 '웨스트(West)8'과 국내 건축사사무소 이로재, 동일기술공사가 함께 만들고 있다. 승효상 이로재 대표는 "국방부가 서울 한가운데인 용산공원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이유는 없다"면서 "국방부도 다른 곳으로 이전해 지역 전체가 국가 상징 공원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말했다.

조경가인 아드리안 구즈(56) 웨스트8 대표는 용산공원 모형도를 공개하고 위치별 조경 계획을 설명했다. 공원 설계팀은 역사유적의 보존, 자연지형과 생태의 회복에 중점을 두고 공원을 설계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뒤쪽에 대형 인공호수를 만들고, 호수에는 가족이나 연인이 뱃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선착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일제 총독 관저가 있던 터는 정원으로 조성되며 중앙박물관 앞에는 용산공원을 동서로 가르는 가로수길이 들어선다. 공원 동쪽에는 공원 외곽의 도로, 대중교통과 연결된 산마루길이 만들어진다. 구즈 대표는 "남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원래 형태로 복원하고, 웅장한 경관미가 두드러질 수 있도록 지형에 변화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