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1.26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산업디자인)
대로변 공터에 철제 컨테이너들을 쌓아 만든 건물이 눈길을 끈다.
안으로 들어서니 널찍한 매장 내에는 갖가지 브랜드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마치 세련된 장터 같다는 느낌이 든다.
"20대를 위한 뉴 마켓"이라는 콘셉트에 걸맞은 패션, 액세서리, 식품과 음료(F&B) 등 젊은 층을 겨냥하는 브랜드가
다수 입점해 있다. 서울 자양동의 '커먼 그라운드(Common Ground)'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건물이다.
5289㎡(약 1600평) 부지 위에 200개 넘는 컨테이너를 이어붙여 만든 4층 규모의 건물 두 동을 구름다리로 연결하고
가운데에는 널찍한 정원을 두어 젊은이들을 위한 쇼핑·놀이 공간을 조성했다.
원래 택시 차고지로 쓰던 유휴지를 8년간 임차해 세운 이 건물은 매장 임차인의 사정에 따라 짧게는 하루부터
길게는 한두 달 정도 한시적으로 빌리는 팝업 방식으로 운영된다.
커먼 그라운드(Commom Ground). 건물주: 코오롱 FnC,
건물·인테리어·그래픽 총괄 디자인: 얼반테이너(Urbantainer), 2015년
외관에서 드러나듯, 수출입 화물을 실어나르던 컨테이너가 어엿한 매장으로 바뀌었다.
컨테이너 건물이라 하면 건설공사장이나 농장의 임시 숙소를 연상케 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주택이나 상가 건물은 물론
조형물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공장에서 제작한 기본 단위(module)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건축 공법의
일종인 컨테이너 건축은 짧은 공사 기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품질,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등을 보장해주는
친환경 건축 공법이다.
모양과 규격이 같은 기본 단위를 쌓다 보면 자칫 단조롭게 되기 십상이지만, 커먼 그라운드는 어느 방향에서 보든
제각기 다른 시각적 특성을 느낄 수 있다. 색채의 사용도 절제하여 외관은 파란색 바탕에 흰색 글씨,
내부의 천장에 노출한 공조 설비와 전선 등과 집기들을 검은색으로 통일하여 일관된 정체성이 느껴진다.
2016년 미국 우수산업디자인상(IDEA)의 환경 부문 은상 등 다수의 디자인상을 받았다.
[그곳] 서울숲과 모듈러 공법 하모니 '언더스탠드에비뉴'
공간 활용과 즐거움·안전에 경력단절 여성 고용 일석사조 이뤄내
프라임경제 2016.11.03 13:40:43
널찍한 길을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가운데 공간으로 우거진 '서울숲'이 보인다. 가게들이 입주해 있는 공간은 컨테이너를 쌓아 올리고 개조해 만든 곳이다. 가장 높은 건물은 3층이지만 이것 역시 서울숲 나무들을 가리지 않는 높이에 맞췄다는 후문.
자연과 어울리도록 진한 녹색과 파란색을 주로 택했고, 더러 보라색이나 주황색으로 칠한 컨테이너도 있지만 채도가 낮아 두드러지지 않고 주변과 어울린다.
전반적으로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을 널찍하게 열어두고(최대 길 너비 14m) 멀게 또 위로는 서울숲을 살필 수 있도록 한 공간에 식당과 카페, 예술활동을 진행하거나 제작물을 파는 공방(전시장) 공간들이 다양하게 들어차 있어 숲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바로 서울 성동구 서울숲 부근에 위치한 '언더스탠드에비뉴'다.
이렇게 공간을 배치한 이유는 이 공간의 속성 때문. 서울숲 조성 국면에서 유휴지가 된 땅이지만 그래도 광장 부지로 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공공적 목적을 고려해 공간 활용에 주목한 것이다. 즉 서울숲으로 걸어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역할을 모른 척 하지 않으면서도 즐거움과 휴식을 줄 수 있도록 활용을 극대화했다.
의미있는 활용도와 역할이 주어진 한편, 미적이나 공간적으로도 이 같은 장점이 어우러진 이색 공간은 성동구와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아르콘)의 머리를 맞댄 고민 끝에 탄생이 가능했다. 여기에 롯데면세점이 사회공헌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 실현이 가능했다.
그런가 하면 안전에도 신경을 썼다. 우선 컨테이너를 쌓아 건물을 만드는 문제부터 살펴보자면, 컨테이너 개당 값은 일반 건축물에 비하면 낮은 편.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개당 800만~1000만원선으로 알려진다.
이 정도면 내부설계를 거쳐 방을 두세 개 정도 만들 수 있는 정도다. 이렇게 개조와 도색을 더하면 가설비(공사 비용)는 당연히 더 올라가지만, 언더스탠드에비뉴의 경우 버려지는 해상 컨테이너를 재활용한 것이라 초기 비용부터 큰 절감이 가능했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점은 가설물의 안전 문제.
즉 예전에는 종종 적재물 또는 방문객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종종 쓰러지는 컨테이너 가설물 케이스가 없지 않았다. 층층이 높게 쌓아 올리지 않고 대개 2~3층 정도만 시도하는 이유다. 이는 중국 텐진 등 컨테이너 상자를 활용한 이색 건축물 공간이 대체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언더스탠드에비뉴의 경우 3층으로 쌓아올리는 등 시도를 하기 위해 구조적 안전성을 면밀히 고려했다. 그 결과 채택된 방식이 바로 모듈러 공법. 3층을 쌓는 등 안정성 검토가 더 필요한 공간은 1층을 모듈러 공법으로 해 제작, 배치해 지탱하도록 했다.
모듈러 공법이란 내외장재와 설비 등을 공장에서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 결국 흔히 생각하는, 단순한 컨테이너 가건물의 범주를 넘어서서 세계적으로 붐을 타는 조립식 건축인 '모듈러 하우스'에 오히려 가까운 게 바로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숨은 강점이다.
한때 일부 언론에서 의문을 제기한 수수료 논란도 잦아든 가운데, 4월 개장 후 월 약 14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성동구 관계자에 따르면 입주업체에 임대료는 부과하지 않고, 다만 관리비 명목으로 매출의 20%선을 걷어 이곳에 근무하며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 소외계층이나 경력단절 여성들의 급여를 제공하는 데 쓴다. 입주업체 대신에 인건비 송금 통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페이퍼아트로 만나는 서울숲 옆 동물원'전 등 다양한 이벤트 진행으로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 바 있으며, 향후 이 같은 기획으로 먹고 마시며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분당선 서울숲역 3번 출구에서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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