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우아한 백제 건축의 진수 '치미'를 아시나요

바람아님 2016. 11. 4. 00:04
한겨레 2016.11.03. 09:56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왕흥사터 출토품 복원해 공개
대궐·큰절 지붕 양 끝에 달았던 날개 모양의 장식기와
6세기께 가장 오래돼…우아한 곡선·화려한 꽃무늬 일품


백제시대 건축의 진수로 평가되는 6세기께의 지붕 장식기와 ‘치미’가 처음 세상에 나왔다. 3일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공개한 이 치미는 충남 부여군 규암면에 있는 백제 고찰 왕흥사터를 2013~14년 발굴 조사한 결과 나온 것이다. 연구소 쪽은 당시 왕흥사의 승방으로 추정되는 동건물터 양끝에서 지붕에 올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치미를 각 1점씩 발굴수습한 뒤 이번에 복원해 공개하게 됐다.

왕흥사터 동승방터 남쪽에서 나온 치미. 우아한 곡선미와 수려한 장식문양 등에서 백제 특유의 조형미가 잘 드러난다.
왕흥사터 동승방터 남쪽에서 나온 치미. 우아한 곡선미와 수려한 장식문양 등에서 백제 특유의 조형미가 잘 드러난다.
왕흥사터 동승방터 남쪽에서 나온 백제 치미의 측면. 음각된 불꽃모양 장식선 사이에 정교한 백제스타일 연꽃무늬가 돋을새김으로 올려졌다.
왕흥사터 동승방터 남쪽에서 나온 백제 치미의 측면. 음각된 불꽃모양 장식선 사이에 정교한 백제스타일 연꽃무늬가 돋을새김으로 올려졌다.

왕흥사터 치미는 왕흥사지 창건 당시(577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있다. 부소산 폐사지 치미, 미륵사지 치미 등 현재까지 알려진 고대 치미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백제 말기 사비도읍시대 기와 제작기술과 건축기술, 건축양식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마름모꼴의 틀 안에 연꽃, 구름, 풀꽃 등의 무늬를 새겨 외면을 장식했고, 위로 치솟는 꼬리 부분을 날카롭게 표현하여 새가 꼬리를 세워 날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연구소 쪽은 “단순할 수도 있는 지붕장식을 화려함과 위엄을 갖춘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백제 최고 수준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왕흥사터는 2000년부터 15차례 학술발굴조사가 이뤄진 백제시대의 대표적인 사찰 유적이다. 2007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리보관용기인 사리장엄구와 일괄 공예품들(보물 1767호)이 나와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치미는 3일 오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리는‘6∼7세기 백제·신라 기와의 대외교류’학술대회에 일반공개된다. 이어 29일부터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세계유산 백제’에도 출품되어 선보일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