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백(餘白)의 터에 세워진 동양 최대 규모의 의사당
1969년 7월 17일 첫 삽을 떠 1975년 8월 15일 준공된 국회의사당은 33만579㎥(10만평)의 부지에 지하 2층~지상 6층(높이 70m) 연면적 8만1443㎥로 지어진 대한민국 국회의 본당이다.
설계는 종로YMCA 빌딩과 장충체육관을 설계한 건축가 김정수씨와 주한프랑스대사관의 건축가 김중업, 서울대 캠퍼스를 설계한 이광노 그리고 당시 서울대 강사였던 건축가 안영배씨가 공모전 당선자로 함께 진행했다.
지금은 금융기관과 증권사, 은행 등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지만, 40~50년 전만 해도 여의도는 홍수가 나면 물에 잠기는, 강 위의 섬이었다.
지금의 여의도 국회의사당 자리는 1966~1967년 의사당 건립 결정 당시 종로구 필운동 사직공원, 신문로 서울고교 등과 같이 10개의 후보지 중 하나에 들었지만 민간주택과 공군시설을 이전해야 하는 등 대지 조성비가 많이 들고, 홍수 시 침수 지역이며, 교통이 나쁘다는 이유로 후순위에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밤섬을 폭파해 제방을 축조하고 여의도에 신도시를 건설함과 동시에 마포와 여의도를 연결하는 제4한강교 건설 등의 내용을 담은 한강개발 3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국회의사당 입지가 여의도로 결정된다.
총 공사비 136억원, 시멘트 32만톤, 벽돌 800만개, 공사인원 연 100만명이 6년간 투입됐다. 국회의사당은 설계 및 건축 과정에서도 여러 에피소드를 낳았다.
1968년 선정된 국회의사당의 첫 설계안에는 돔이 포함되지 않았다. 지명작가로 위촉된 김정수와 김중업, 이광노, 그리고 공모전에서 당선된 안영배의 설계도에서도 돔의 형태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기존의 설계도에서 웅장미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오면서 국회의사당 건립 위원회는 돔 구조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지금은 의사당의 둥근 돔이 푸른빛이지만 원래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동판으로 만들어진 돔은 처음에는 붉은빛을 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산화작용이 일어나 푸르스름한 색을 띠게 됐다.
2006년에 돔을 황금색으로 칠하기 위한 예산안이 국회 운영위에 제출됐지만, 막대한 시공비로 시행되지 않았다.
원형 돔 구조물에 더해 건립위원회는 국회의사당이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던 중앙청보다 높아야 한다는 요구를 추가해 애초 계획보다 1층 높은 설계도를 완성한다.
설계에 따라 1970년 대림산업이 1차 공사를, 1971년에는 현대건설이 2차 골조 공사를 진행했다. 1972년에는 밑지름 64m, 무게 1000톤에 달하는 철골 돔을 올리는 공사가 진행됐다.
여러 이야기를 뒤로하고 국회의사당은 1975년 8월 15일, 2221일의 공사 끝에 길이 122m, 폭 81m, 높이 70m, 단일 의사당 건물로는 동양 최대로 완공됐다.
◆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의 장(場)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의 살아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국회 로텐더홀 360도 사진)
1987년 국회의사당에서는 헌정사상 최초의 여야합의 개헌이 일어나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가 확정됐다. 없어졌던 국회의 국정감사권도 부활했다. 1988년에는 국회법이 개정돼 청문회 제도가 처음 도입됐고 같은 해에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제5공화국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한 청문회가 최초로 실시돼 TV로 생중계됐다.
1995년에는 지방자치제가 국회를 통과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국민이 직접 선출할 수 있게 됐으며, 2003년에서 2005년 사이 국회의사당은 행정수도 이전 논란과 고(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장이 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외국에 거주하거나 체류 중인 국민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국민투표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광복 이후 정치적 혼란과 전쟁으로 태평로 서울시의회 건물 등 이리저리 터를 옮겨 다니던 국회가 여의도 시대를 열면서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40년 넘게 살아있는 정치의 장이 된 것이다.
2015년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국회의사당에서 치러졌으며,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거행됐다. 국회의사당은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와 대한민국 제20대 국회 구성 등의 현장으로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는 중이다.
◆ 여의도 국회 40주년
여의도 면적의 8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의사당 부지에는 의사당 본관과 의원회관, 국회도서관, 헌정기념관, 국회의정관, 국회 한옥 ‘사랑재’, 국회 후생관 등의 건물이 있다(360도 사진).
완공 당시 지하 2층, 지상 6층으로 지어진 국회의사당은 2005년 지하 1층이던 본청 방문객 출입구를 지상 1층으로 만들어 지하 1층, 지상 7층 건물이 됐다. 책들이 꽂힌 서가의 모습과도 같은 지하 1층, 지상 5층의 국회도서관은 500만점에 가까운 각종 자료를 소장해 대학원생들이 졸업논문을 쓸 때 꼭 찾는 곳이기도 하다.
국회의원 사무실이 있는 의원회관은 국회의원을 찾는 민원인과 공무원들의 발걸음으로 늘 분주하다.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 분수대 주변과 방문자센터가 있는 헌정기념관은 견학을 오는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의원동산을 통해 ‘사랑재’를 향하는 길은 산책 코스로도 좋다.
견학 차 어머니와 함께 국회의사당을 찾은 김소은(9) 양은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해서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워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북쪽에는 한강이 흐른다. 마포에서 밤섬을 지나오는 서강대교나 마포대교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의사당의 전경이 눈에 잘 들어온다. 의사당의 동쪽으로는 동여의도의 IFC, 콘래드 호텔, 전경련회관 등이 보인다. 남쪽에는 KBS가 있다.
지난해 개관 40주년을 맞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여의도 국회 40주년을 기념해 ‘여의도동 1번지, 국회의사당’ 특별전시를 헌정기념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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