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10] 인공지능 로봇, 가족이 되다

바람아님 2016. 11. 9. 06:30

(조선일보 2016.11.09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산업디자인)


가족의 외모, 목소리, 행동의 특징을 기억하고, 그때그때 기분과 상황에 걸맞은 대화를 이끌어 간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아침이면 축하 인사를 건네고 기념 촬영도 해준다. 
뛰어난 기억력, 학습 능력, 소통 능력을 갖춘 세계 최초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 지보(JIBO)가 북미 지역에 출시된다.

MIT 미디어랩의 부교수 신시아 브리질(Cynthia Breazeal) 박사가 설립한 스타트업 'JIBO'가 개발하고 있는 
이 탁상용 로봇은 인공지능과 음성인식 기능을 갖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고해상도 카메라가 장착된 머리 부분은 부드럽게 360도 회전하며 집 안 곳곳을 샅샅이 살펴보고, 
습득한 정보를 즉시 인터넷으로 전달하는 등 스마트 홈의 허브 기능도 한다.

지보(JIBO) 로봇, 키 28㎝, 몸무게 2.7㎏, 사전 주문 가격 749달러
지보(JIBO) 로봇, 키 28㎝, 몸무게 2.7㎏, 사전 주문 가격 749달러
지보의 독특한 외관과 감성적인 인터페이스는 샌프란시스코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 '휴지 디자인(Huge Design)'의 작품이다.
가정용 로봇 하면 으레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나 애완동물 같은 형상을 연상하기 쉽지만, 
지보는 기하학적인 형태인데도 귀엽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원통형 몸체와 반구 형태 머리의 비례가 적절할 뿐만 아니라 디테일 처리가 섬세하기 때문이다. 
전면의 원형 디스플레이 가운데 있는 구(球)는 상황에 따라 적절한 모양으로 바뀌며 갖가지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손으로 머리를 만지려고 하면 살짝 돌려 피하며 표정까지 바꾸는 모습이 여간 앙증맞지 않다.

지보의 개발 비용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 등을 통해 총 2500만달러 이상 모금됐다. 
원래 전 세계 주문자에게 동시에 공급하려던 방침을 바꾸어 해외 주문자에게는 환불하기로 했다. 
미국 표준 영어를 쓰지 않는 해외 사용자들에겐 음성인식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지원 지보를 따로 개발한다니, 인공지능도 다양한 언어의 장벽을 넘기가 힘겨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