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2.16 런던=장일현 특파원 도쿄=김수혜 특파원)
시리아 개입 1년만에 승기 굳혀… 중동 지역서 강한 영향력 회복
미국서는 親러 국무장관 등장
중국 견제나선 美·日 러브콜에 러시아 몸값 점점 치솟는 중
11년만에 訪日, 아베와 정상회담
"전투는 끝났다. 모든 반군은 도시를 떠날 것이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시리아 내전(內戰) 최대 격전지였던 알레포 전투가 정부군 승리로 끝났다는 첫 발표는 러시아에서
나왔다. 터키에서 반군과 비밀 협상을 진행한 것도 러시아였다. 내전 당사자인 시리아 정부는 들러리에 불과했다.
알레포 전투는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에 승리를 안겨줬지만, 진정한 승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알레포 폐허에 우뚝 선 푸틴이 세계 무대 강자로 떠올랐다"고 했다.
푸틴, 정상회담 2시간 지각 1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왼쪽)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오른쪽) 여사가 일·러 정상회담이 열리는
야마구치현 나가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11년 만에 일본을 찾은 푸틴 대통령을 위해 자신의 고향인 나가토의 온천 료칸(旅館)을 회담장으로 잡았으나,
푸틴 대통령은 예정보다 2시간 늦게 도착했다.
오른쪽 사진은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 중 악수하는 모습. /EPA연합뉴스·AP 연합뉴스
2014년 크림반도 합병으로 서방 세계에서 철저하게 고립됐던 푸틴 대통령이 다시 국제무대에서 부활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 승리로 자칫 흔들릴 수도 있었던 중동 지역의 영향력을 재확인했고, 친러 성향 미 국무장관 지명으로
미국과 관계 개선의 길도 텄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 견제를 위해 러시아에 구애하면서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푸틴은 작년 9월 시리아 내전에 전격 참전해 전세를 완전히 바꿔놨다.
붕괴 직전에 있었던 알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 지원을 등에 업고 승기를 잡았다. 자신의 영향권 하에 있는 시리아를 안정시킨
푸틴은 중동 전반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러시아는 오는 27일 터키·이란 등을 불러 중동 현안을 논의키로 했다.
내전·테러에 시달리는 리비아도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미 외교·국제전문지 '아메리칸 인터레스트'는 "러시아가 중동의 강력한 파워"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를 옥죄온 서방의 봉쇄도 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유럽은 크림반도 합병 이후 강력한 대러 경제제재를 실시했지만, 최근에는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노르웨이·스웨덴이 제재 이후 처음 러시아와 경제 관계 발전에 합의했다.
'친구'로 불리는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에 지명된 것도 푸틴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가디언은 "틸러슨 임명은 푸틴의 전략적 승리"라고 했다. 틸러슨은 서방의 대러 포위망을 무력화할 최대 카드로
평가된다. 틸러슨은 대러 제재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
푸틴의 주가는 계속 '상한가'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동안 푸틴과 긴밀한 우호 관계를 다진 것은 중국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취임 후 20여 차례 푸틴을 만났고, 대규모 경협을 체결했다. 남중국해 영유권과 센카쿠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을 놓고 미·일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러시아를 우군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에 맞서 일본도 러시아 붙잡기에 부심하고 있다. 푸틴은 15일 11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아베는 정상회담 장소를 자신의 고향인 야마구치현의 온천여관으로 잡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아베는 이번 회담에서 푸틴과 쿠릴열도 중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푸틴은 방일 전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일본 요구대로 4개 섬을 다 돌려줄 생각이 전혀 없다"며 김을 빼버렸다.
아베는 푸틴과 95분간 회담을 가졌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푸틴은 이날 정상회담장에 2시간이나 늦게 나타나는 외교적 결례도 범했다.
공항 도착은 2시간 37분, 회담장 도착은 2시간 8분이 늦었다.
회담장에 3시간 일찍 도착했던 아베 총리는 2시간 지각한 푸틴을 모두 5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일본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의도적인 '밀당'"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일본의 푸틴에 대한 구애는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고 쿠릴열도 중 일부라도 돌려받기 위해선 푸틴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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