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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29] 집권만 하면 나라는 사라져도 되는가?

바람아님 2017. 1. 3. 07:26

(조선일보 2017.01.03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디네시 더수자 '미국이 없는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가?'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인도 출신 미국 학자 더수자는 저서 '미국이 없는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가?'에서 

미국이 자살을 향해 가고 있다고 단언했다. 

미국 내 진보주의자들의 조국에 대한 적대 행위가 보수에 대한 '균형 잡기'를 훌쩍 넘어 미국을

멸망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1776년 독립선언서에 천명한 건국자들(Founding Fathers)이 내건

자유·평등의 이상1968년 반체제 운동가들이 주도한 기득권층에 대한 혐오와 

국가권력에 대한 모독 행위가 격돌해 왔다. 더수자는 1968년 세력이 미국을 장악해서 이대로라면 

미국은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예언한다.


더수자는 이 책에서 미국을 파괴하는 자칭 진보주의자들의 억지 주장과 행동들, 

그리고 그들에게 휘둘리는 정치인·지식인들의 행태를 면밀하고 생생하게 파헤쳤다.

자유주의자들의 과오도 짚었지만 아무래도 그가 혐오하는 진보주의자들의 억지와 자기모순을 더 강조했다. 

이 책을 읽으며 늘 가져왔던 미국의 장래에 대한 염려가 깊어졌다. 미국이 헤게모니를 상실한다면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어둡고 살벌한 곳이 되고 약소국들은 생존조차 아슬아슬해질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을 진보주의자들로부터 지키려는 보수 세력이 내민 회심의 카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미국의 '재건'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이다.

어쨌든 트럼프의 미국은 우선 자국을 추스르기 위해 주변국과 약소국에 베풀던 '선심'을 대폭 축소할 게 분명하다. 

미국 시사지 포린 폴리시(FP)는 최근호에서 문재인이나 이재명이 한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그 정도는 FP에 기고하는 외교 전문가가 아니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트럼프는 정치지도자가 공공연히 반미 감정을 드러내는 나라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민과의 약속 때문에라도 그럴 수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북핵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은 없다. 

그러니 한·미 동맹을 지속할 고도의 외교 전략을 짜야 하겠는데, 

우리 대권 주자들은 절벽에 선 우리 안보에 무관심하거나 오히려 절벽 쪽으로 더 떠밀어내려는 것 같다. 

민심을 선동해 대권을 잡아도 나라가 무너지면 승리의 개가(凱歌)가 다 무슨 소용인가?







미국이 없는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가?

디네시 더수자 지음/ 최윤희 옮김/ 21세기북스 / 2016/ 383 p.

309.142-ㄷ52ㅁ/ [정독]인사자실(새로들어온책)


강경보수주의자의 미국론 '오바마는 어떻게 미국을 망쳤는가'
(조선일보 2016.11.03)


"힐러리 클린턴이 2016년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앨린스키 추종자에게서 다른 앨린스키 추종자에게로

배턴이 넘어가는 셈이다. 이 경우 앨린스키의 영향력이 거의 상상하지 못할 만큼 엄청나게 커지고 중요해질 것이다.

오바마는 미국을 다시 만들기 위해 8년이라는 시간을 확보했다.

이제 힐러리가 미국 재건이라는 과업을 완성하기 위한 또 다른 4년, 어쩌면 8년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에게는 미국 건국 당시 추구한 이상을 대부분 무로 되돌릴 기회가 있다.

두 사람에게는 미국을 파괴하고 다시 건설하기 위한 힘과 시간이 있다.

두 사람에게 미국의 자살에 대한 책임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두 사람은 분명

미국 안에서 특정한 생활 방식을 끝내는 데 힘을 보탤 것이며 미국인에게 워싱턴이나

제퍼슨뿐만 아니라 20세기에 성장기를 보낸 미국인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나라를 남길 것이다."(p.131~132)


'미국이 없는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가'는 미국 보수의 미국 옹호론을 담고 있다.

미국이 세계 패권을 장악한 과정과 앞으로도 미국이 세계 패권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따라가면서

보수주의자가 보는 미국과 세계 사회, 경제적 흐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디네시 더수자는 오바마와 연관된 그의 정치적 배경과 사상을 만드는 데 영향력을 끼친 인물들의 성향과 배경,

출간한 저서에서 언급한 부분을 발췌하고 이를 반박하는 방식으로 주장을 펴나간다.

강경 보수파의 관점이기는 하나 카뮈·토크빌·푸코·촘스키 등 철학적인 논점에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기도 하며,

미국의 역사를 과거 유럽의 역사 위에 겹쳐서 진보주의적 관점을 반박하기도 한다.


더수자는 '애국'에 기반한 보수파답게 미국에 대해 열정적인 시선으로 책 전반에 걸쳐 미국을 옹호하는 동시에,

미국에 대해 진보주의자들이 제기하는 중요한 비판을 모조리 거부한다.

메이플라워호를 타고온 청교도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첫 발을 디딘 순간부터 현재까지 미국 역사를 따라

미국의 ‘자유’와 ‘번영’의 전통적인 가치를 설명하고, 진보주의자들이 어떻게 그것을 훼손하고 있는지를 지적한다.

최윤희 옮김, 384쪽, 1만8000원, 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