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1.07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산업디자인)
스웨덴 말뫼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건축주: HSB 말뫼,
높이 190m, 연면적 2만7500㎡(약 8318평), 완공: 2005년.
"어, 무슨 건물이 비틀며 오르는 것 같네." 스웨덴 남서쪽 항구도시 말뫼에 있는 '터닝 토르소'라는
건물을 보면 그런 탄성이 절로 나온다. 머리와 팔다리가 없는 상반신을 뒤틀고 있는 조각품을
연상케 하는 이 건물은 실제로 스페인의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의
흰색 대리석 토르소 작품에서 유래되었다.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높은 이 건물은 큐브(입방체) 9개가 회전 상승하는 형상이다.
5개 층으로 구성된 큐브를 각각 10도씩 비틀어 쌓아올려 최고층은 90도 회전되었다.
총 54층 중 맨 아래 두 큐브의 10개 층은 상업용, 그 외 층은 주상복합 아파트 147채다.
보안을 위해 건물 둘레에 인공연못을 두어 다리를 통해서만 출입할 수 있다.
강화 콘크리트 코어에 연결된 강철 트러스 외골격은 척추처럼 건물을 지탱하며, 폭풍우라도 치면
최대 30㎝까지 움직이며 충격을 흡수한다. 이 건물이 설립된 것은 1986년에 문 닫은 세계적인
조선업체 코쿰스의 대형 크레인을 대체할 새로운 랜드마크를 세우려는 도시 재생 전략 덕분이다.
2002년 현대중공업이 단돈 1달러에 사들인 그 크레인을 해체할 때 많은 시민이 슬퍼하자
스웨덴 언론은 '말뫼의 눈물'이라고 보도했었다. 말뫼 시는 버려진 조선소와 공장 부지에
IT와 지식산업체를 유치하여 '탄소 제로' 도시로 재생시켰다.
태양열, 풍력,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100% 자급자족하는 친환경도시로 거듭나면서 관광객이 몰려오고 경제가 되살아나
'말뫼의 기쁨'이 실현되고 있다. 작년 말, 마산의 골리앗 크레인이 루마니아에 헐값으로 팔려나갔다는 뉴스를 보며
조선 산업 등 우리 주력 산업의 구조 조정과 도시 재생이 시급한 과제임을 실감했다.
새해에는 제4차 산업혁명을 조속히 추진할 수 있는 채비를 잘 갖추어 우리 경제가 다시 도약하게 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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