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1.21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산업디자인)
갓 태어난 미숙아가 편안히 잠을 잔다.
캥거루의 새끼주머니처럼 아기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유아 보온기 덕분이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태어나는 미숙아가 2000만 명에 달하며, 그들 중 400만 명이 생후 한 달 내에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는다.
체온이 섭씨 35도 이하로 떨어지는 저체온증은 인체에 해로운 세균들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여 암 등 갖가지 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체중이 2.5㎏ 미만인 미숙아들에게 치명적이다.
임브레이스 유아 보온기(Embrace Infant Warmer), 제조 및 보급: 피닉스 메디컬 시스템(인도),
Social Impact Design 금상(2012년). 가격: 약 300달러
저체온증으로 인한 신생아 사망은 개발도상국의 오지에서 주로 발생한다.
적정한 체온을 유지해주는 인큐베이터 가격이 2만달러가 넘어 외딴 지역에까지 혜택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체온증만 예방해도 신생아 사망률을 42%까지 줄일 수 있으므로 저렴하고 안전한 해결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2007년 스탠퍼드대학교의 제인 첸(Chen) 등 대학원생 4명은 디자인혁신 수업의 팀 과제로 그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들은 네팔에서 산모, 의사, 간호사들을 인터뷰하며 문제를 파악하고 적정한 기술을 활용해 제품 모형을 디자인했다.
침낭처럼 앞 덮개를 여미는 간단한 구조로 사용과 휴대가 용이하며 세탁하기 편해 위생적이다.
전기가 없는 지역에서도 쓸 수 있도록 왁스가 채워진 보온 팩을 뜨거운 물로 덥히는 방식을 도입했다.
인도에서 광범위한 임상 시험 끝에 한 번 덥히면 최대 6시간 체온을 유지해주는 유아 보온기가 완성됐다.
2008년 디자인팀은 저개발국의 신생아 보건 문제를 다루는 비영리 기구 '임브레이스'(Embrace)를 설립한 데 이어,
2012년 사회적 기업인 '임브레이스 이노베이션스'를 세워 유아 보온기 보급에 나섰다.
2016년 현재 전 세계에서 답지하는 기부금으로 네팔,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등 26개국에 유아 보온기 20만여 개를
제공해 귀중한 생명을 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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