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1.24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멜빈 우로프스키 편저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 문서'
'나의 동료 시민이여, 그대들은 각자의 어깨에, 미국을 위해 선한 투쟁을 할 뿐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해
미국이 훌륭한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할 부채를 지고 있습니다.' 대표적 '미국 우선주의자'였지만
퇴임 후 전국 순회 연설에서 미국의 인류사적 사명을 강조한 미국 26대 대통령(1901 ~1909)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연설문 '새로운 민족주의(The New Nationalism)'의 서두다.
세계 모든 나라는 기원이 자연 발생적이지만 미국만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열렬한 이상,
그리고 그 이상을 웅변으로 표현한 수많은 연설의 힘으로 탄생했다.
우로프스키가 엮은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 문서(Basic Readings in US Democracy)'는
미국의 이상과 사명을 천명한 역대 미국 지도자들의 감동적 연설문을 수록했다.
지난 10일 시카고에서 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고별 연설 역시 이 전통에 충실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별한 이상과 목표를 실현하고자 오바마 자신과 그의 행정부가 기울인 노력과 성과를 자랑하며
그 미국 전통 계승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소에 대해 경고했다.
"우리가 지지하는 가치를 포기하고 이 나라를 그저 작은 나라를 겁주는 또 하나의 큰 나라로 만들지 않는 한
아무도 미국을 패배시킬 수 없습니다."
이는 명백히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을 향한 경고이다. 그러나 그 자체로서 위대한 신념의 표명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각)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부인 멜라니아를 비롯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제45대 미국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가 취임 연설을 직접 썼다고 해서, 막중한 책임감 앞에서 겸허해진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했지만 두 달 전의 당선 수락 연설보다 훨씬 못했다.
연방정부가 미국인의 권리를 빼앗고 미국민을 가난하게 만들었다는 식의
서두는 하객으로 참석한 전직 대통령 4명에게 심한 모욕이었고,
남의 나라를 방어하는 데 써 온 막대한 재정을 미국 재건에 쓰겠다는
약속 역시 전 세계에 방영될 연설로는 부적절했다.
그리고 트럼프가 미국민을 위해 창조하겠다는
수많은 일자리는 주로 제조업의 생산직 같아서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무더기로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Basic Readings in US Democracy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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