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보지 않은 길 송호근 지음 | 나남 | 400쪽 | 1만9000원 | 현대車 아이러니… '중산층 노동자'의 사라진 열망 (조선일보 2017.02.18 유석재 기자) "최고의 기술력과 단순 육체노동의 결합이었다."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중도적 지식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저자는 지난해 울산으로 내려가 현장을 샅샅이 조사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산업 도시 울산이 있게 한 현대자동차의 현장이었다. 저자가 보기에 현대차의 성공 유전자에는 '인간의 열망'이 있었다. 그것은 도전과 열망을 포괄하는 '열정', 동료애와 최적화로 상징되는 '조율', 천직 의식과 자립정신의 '소명'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성공 동력은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였다. 과거 노동자가 직장을 가정처럼 생각하고 일터에 헌신했기 때문에 성공의 길을 걸었던 것인데, 정작 노동자가 중산층으로 올라선 지금엔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열망이 달성된 순간 그 열망 자체가 사라져 버린 기묘한 단계라는 얘기다. 무엇이 발목을 잡은 것일까. "경영진은 대화 능력이 없다. 작업장을 장악한 노동조합은 '노동 최소화'에 기여할 뿐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애초 노동권을 지키려 했던 노력이 노동 축소로 이어지는 기현상은 놀랍다. 8시간 노동 분량을 4~5시간에 후딱 해치우는가 하면, 한 사람이 옆 동료 일까지 한꺼번에 맡아 하다가 두어 시간 뒤에 옆 동료와 역할을 바꾸기도 한다. 그동안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그냥 논다. 그래도 컨베이어 벨트는 계속 돈다. 당연히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13년 현대차 자체 통계로 '편성 효율'(생산 라인에 필요한 표준 인원을 실제 투입 인원으로 나눠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은 해외 공장이 90%대, 국내 공장은 약 60%에 그쳤다. 이대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온다면 도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터. 현대차뿐 아니라 한국 경제 자체가 이런 식의 미로에 갇혀 있는 꼴이다. 책은 "이제부터 한국은 '가 보지 않은 길'을 가야 경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민첩한 리더십, 신뢰 경영, 혁신 역량, 임금과 고용 개혁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과 직원 모두 '시민'으로서 공적 역할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 특히 강조된다. 사회야 어떻게 되든 말든 자신들의 내부 사안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모두가 함께 매몰될 날이 닥치리라는 암시다. 블로그 내 같이 읽을 거리 : [송호근 칼럼] 불길한 망국 예감(중앙일보 2013.12.03) [송호근 칼럼] 쓰나미 앞에서 춤을(중앙일보 2016.07.12) [동아광장/최진석]이제는 혁명을 말해야 할 때(동아일보 2016-04-05) |
센서티브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다산3.0 | 244쪽 | 1만4000원 | 인류 20%는 민감한 성향… 통찰력·창의력 뛰어나다 (조선일보 2017.02.18 양지호 기자) 까다롭다. 비사교적이고 신경질적이다. 예민한 사람을 부르는 수식어. '남들처럼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조언이 으레 따라붙는다. 자신도 '매우 민감한 사람(highly sensitive person)'인 저자는 이런 통념을 반박하며 민감함이 재능이라고 주장한다. 민감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낀다. 그러니 통찰력·창의력이 뛰어나고 예술작품이나 대자연을 보고 느끼는 즐거움도 훨씬 강렬하다는 주장이다. 카를 구스타프 융도 말했다. "극도의 민감성은 인격을 풍요롭게 만든다. 단지 비정상적이고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장점이 단점으로 나타난다." 통계를 보면 인류의 20%가량이 매우 민감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책은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생존 지침서에 가깝지만 둔감한 사람도 읽어볼 필요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회는 다수의 민감족과 둔감족이 함께 사는 곳이니까. |
병중사색 강민구 지음 | 한국고전번역원 280쪽 | 1만2000원 | 이규보 등 7인의 성찰… 病의 의미는 무엇인가 (조선일보 2017.02.18 허윤희 기자) "병을 앓느라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뜬눈으로 지새는 가을밤 길기도 하네." 15세기 문인 서거정은 시 '병중(病中)'에서 병상의 고립감을 토로한다. 그 적막함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던진다. "내 스스로 본성을 잘 기를 수 있으니/ 누가 나를 두고 좋지 못하다고 말하랴." 이 책은 고려의 이규보·이색에서부터 조선의 권근·김종직·신흠까지 옛 문인 7명이 병을 겪으면서 쓴 한시를 뽑아 해설했다. 그들은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 고생하면서도 '병이 내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같은 근원적 문제를 고민하고 성찰하는 경지에 이른다. '정치인으로서 무능력했기에 하늘이 벌을 내린 것'(권근)이라는 자책과, '병 걸린 것쯤으로 천명이 궁해지진 않는다'(이식)는 의연함도 드러난다. 시련의 시간이 오히려 자신의 내면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가 됐던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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