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정치토론 참여도 활발
트럼프가 욕한 TV쇼 인기 상승
폭군이 민주 의식 키우는 역설
트럼프의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가 지명한 닉 고서치 대법관 후보와 끝까지 경합을 벌인 토머스 하디만 판사에게 워싱턴으로 차를 몰고 오는 액션을 취하도록 했다. 그래서 대법관 임명식 직전까지 미국인들은 누가 대법관이 됐는지 알 수 없게 했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조악한 기획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트럼프의 참모들은 3300만 명 넘는 미국인들이 백악관의 대법관 임명 과정을 주시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놀라운 건 트럼프의 자기절제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그의 평소 성향을 생각하면 스파이서의 끔찍한 언론 브리핑을 개선하기 위한 조언을 왜 트위터에 올리지 않고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트럼프는 늘 우리를 경악시키고 진을 빼놓지만 이렇게 최소한 인정해 줄 구석은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미국인 모두가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고 정신 바짝 차리게 됐지 않는가.
요즘 여성 인권운동가들은 트럼프의 마초이즘에 고무된 백인 남성들이 여성들의 군기를 잡기 위해 무리수를 둘까봐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 그 점에서 공화당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의 행동은 넘어가줄 수 없다. ‘인종주의자’란 비난을 받아온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을 트럼프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데 반대하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부인 코레타 스콧 킹의 편지를 읽으려던 민주당 여성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에게 “조용히 하라”며 말을 막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귀빈들을 만날 때 자주 하는 행동이 있다. 상대방의 등을 두드린 후 잡아채 듯 악수를 하며 포옹을 하거나 키스하는 듯한 입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트럼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면서 “그와 나의 다정한 사이를 표현하기 위해 부여잡고 포옹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에 가면 트럼프의 이런 예측불가적 행동 때문에 걱정하는 직원들의 불행이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에게 분노한 예술계도 행동에 나섰다. 미국 현대미술관은 이슬람 7개국 입국금지 행정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세잔과 피카소·마티스의 그림 대신 이란과 이라크·수단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연극계도 5월에 열릴 셰익스피어 공연제에 절대 권력을 좇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을 풍자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고대 로마의 독재정치를 다룬 이 연극이 그 어느 때보다 현대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 전략가였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트위터에 “미국 내에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워낙 고조됐기에 미국인들은 호흡을 조절하며 진정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모욕당하고 분노한 미국인들이 백악관에 대항해 벌이는 투쟁을 통해 ‘다시 위대해진 미국’을 매일 증명해 가고 있다. 사법부부터 언론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기구들은 트럼프의 폭주를 막기 위해 데프콘을 최고 수위로 높인 상태다. 예외가 있다면 귀머거리 행세를 하는 공화당 의원들뿐이다.
모린 다우드 칼럼니스트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11일자 게재
'時事論壇 > 美國消息'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럼프 특검론' 부상..그것도 여당에서 (0) | 2017.02.27 |
---|---|
100여회 방미 호주작가 LA공항서 '수모'.."또 가고 싶지 않아" (0) | 2017.02.25 |
김정남 암살에 美의회서 '北 테러지원국 재지정' 목소리 커져 (0) | 2017.02.18 |
'세계화 예찬' 저커버그, 트럼프 고립주의에 '핵펀치'(종합) (0) | 2017.02.17 |
트럼프 정부의 '한국통' 마이클 플린,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전격 사임 (0) | 2017.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