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美國消息

100여회 방미 호주작가 LA공항서 '수모'.."또 가고 싶지 않아"

바람아님 2017. 2. 25. 23:40
연합뉴스 2017.02.25 15:17

2시간 굴욕적 비자 심사 후 호텔서 '눈물'..미국 측 사과편지

"내 생애에 그렇게 오만한 투의 말을 듣거나, 그처럼 모욕적이고 불필요한 무례함으로 대우받은 적이 없었다. 다시 미국을 방문하고 싶지 않다."

미국을 100차례 이상 방문한 70살의 호주 아동작가가 이달 초 미국 공항에서 이민부 관리들로부터 끔찍한 대접을 받은 뒤 미국 측에 항의해 사과를 받아냈다.

호주 동화작가 멤 폭스[출처: 시드니 작가 페스트벌(Sydney Writers Festival)]

25일 ABC 방송 등 호주 언론에 따르면 다수의 히트작을 낸 아동 문학가 멤 폭스는 이달 초 미국 밀워키에서 열리는 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이미 미국을 수없이 방문한 그였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등장을 확인하듯 이번에는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2시간이나 묶여 심사를 받는 곤욕을 치렀다.

그는 내내 선 채로 심사를 받았고 방 안에 가득 찬 사람들 속에서 마치 청문회를 하듯 인터뷰가 이뤄졌다며, "수치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미 아무 일 없이 미국을 116회 방문했지만 비자상태(visa status)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엉뚱한 비자를 가졌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상대가 전적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폭스는 "인터뷰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동안 방 안의 다른 모든 사람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가슴이 매우 뛰었다"라고 밝혔다.


또 자신을 인터뷰한 사람은 단단히 무장한 상태로, 가슴에는 손바닥 크기의 글자로 '경찰'이라고 쓰인 완전히 검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폭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이민부 관리들에게는 비자 심사를 받으려는 사람에게 굴욕감과 모욕을 줄 수 있도록 '무소불위의 권한'(turbocharged power)이 부여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별도의 비자심사를 받기 위해 같은 공간에 있었던 이란인과 대만인, 아기를 동반한 스칸디나비아 출신 부모에게도 대우가 좋지 않았다며 그들 모두 결국은 풀려났다고 그는 덧붙였다.


LA공항의 트럼프 행정명령 반대 시위[AP=연합뉴스 자료사진]

폭스는 "내 나이가 70"이라며 "호텔 방에 들어갔을 때 신체적인 학대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어 쓰려져 아이처럼 흐느껴 울었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곧 워싱턴의 호주대사관에 항의서한을 냈고, 후에 호주 수도 캔버라의 미국대사관 관계자로부터 사과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아냈다.


폭스는 "미국에 다시 가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며 평범한 미국인들은 친절하지만, 다시 미국을 방문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폭스는 호주도 최근 미국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유사한 길을 걸을 것을 우려했다.

cool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