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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生의 마지막 모습서 '나'를 돌아보다

바람아님 2017. 3. 17. 23:23
문화일보 2017.03.17 15:00

내 아버지의 집 / 파코 로카 지음, 강미란 옮김 / 우리나비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 인플루엔셜


유럽의 신세대 그래픽 노블 작가 파코 로카의 ‘내 아버지의 집’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 아버지와의 추억을 담은 2015년 신작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뒤, 아버지가 손수 지은 시골집을 팔기로 한 세 형제자매가 오랜만에 그곳을 찾아 되돌아보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그 기억에 얽혀 있는 아버지와의 추억과 자신의 유년시절.

지나치게 감정에 빠지지도, 서둘러 결론을 내지도 않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책 속 주인공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주인공 아버지와 세 형제자매가 펼쳐놓는 현재와 과거의 틈 사이로 문득문득 자신들의 이야기와 마주치게 된다.


아버지가 직접 지은 시골집을 팔기 위해 집을 수리하러 모인 빈센트, 호세, 카를라.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들의 마음속엔 여전히 풀지 못한 의문이 있다. 평생 일하는 것이 낙이었고, 가만히 있을 줄 몰랐던 아버지가 생의 마지막 1년, 왜 그토록 무기력하게 지냈을까 하는 의문이다. 소파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는 게 자식들의 생각이었다. 서로 말하지 않지만 이런 의문을 마음에 품은 채 모인 이들은 지붕을 수리하고, 페인트칠을 하고, 진흙 쌓인 수영장을 청소하고, 고장 난 화장실을 수리한다. 


그러면서 각자 아버지와의 기억 속으로 빠져든다. 아버지가 처음 집을 짓기 위해 땅을 고르던 날, 아들의 요청대로 풍경 좋은 곳에 창을 단 이야기, 가족들이 불편하다고 반대했지만 아버지가 만든 야외 테라스에서 함께 식사했던 날의 저녁, 어린 시절 무슨 일이든 못하는 게 없는 위대한 존재였던 아버지, 언제부터인가 고루한 고집으로 가족들을 귀찮게 하는 사람이 된 아버지…. 이들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좇으며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이들 형제자매는 끝까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독자들만이 작가가 사이사이에 보여주는 아버지의 이야기, 아버지 친구가 전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통해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다만 집을 통해 잊었던 시절로 돌아간 세 형제자매는 그날 저녁 추억에 젖어 집을 팔지 말지 고민하게 된다.


‘미움받을 용기’의 작가 기시미 이치로(岸見一郞)의 신작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도 ‘내 아버지의 집’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저 담담하게 아버지와 자식의 풍경을 보여준 ‘내 아버지의 집’과 달리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 심리학의 전문가답게 아주 명확한 조언을 준다는 점이 다르다. 책에서 저자는 마흔아홉에 뇌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 만년에 알츠하이머를 앓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돌아보며 나이 든 부모, 조금씩 늙어가고 때로는 자식조차 못 알아보는 부모와 마주한 자식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포기하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계속하라고, 더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보다는 그냥 지금 이 순간 우리와 함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라고, 진지하게 생각하되 심각해지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최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