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무엇이 재생되는 것일까. 바로 ‘기쁨’이다. 정신적 퇴행 속에는 은밀한 기쁨이 숨어 있다. 그 사람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그 사람을 좋아했던 기억’ 속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온갖 총천연색 기쁨이 내재해 있다.
하지만 이 은밀한 퇴행적 기쁨은 불행하게도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기쁨이다. 예전과 비슷한 패턴으로 당신에게 상처를 주는 연인은 이번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당신의 가슴을 산산조각낼 것이므로.
정신분석은 바로 이 지긋지긋한 ‘반복’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는 도구다. 항상 똑같은 잔소리를 반복하는 엄마들은 자식을 올바로 키우겠다는 일념도 있지만 스스로가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비슷한 문장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예컨대 “제발 공부 좀 하라”는 잔소리를 심각하게 반복하는 부모는 자신이 공부로 인해 콤플렉스를 느꼈던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반면 ‘아이를 많이 칭찬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의식적인 강박 뒤에는 부모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문제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때로 아이를 따끔하게 혼내지 못하고 내 아이 기죽는다며 자식의 나쁜 습관을 방치하는 부모도 마찬가지로 자기 부모와의 잘못된 애착관계로부터 비롯된 상처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 괴로운 반복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는 내 상처의 진원지를 찾아내어 그 아픔의 패턴을 분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