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뉴스와 시각>中 화웨이, 트로이 목마인가

바람아님 2017. 3. 28. 23:59
문화일보 2017.03.28. 12:00


미국의 군과 정보기관에서 필독서로 자리 잡은 ‘유령함대(ghost fleet)’란 소설이 있다. ‘하이테크 전쟁(wired for war)’의 저자로 저명한 피터 싱어와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출신의 어거스트 콜이 공저한 이 책은 미군의 훈련 교재 및 세미나의 주요 주제로 다뤄지고 있으며, 심지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도 논의됐을 정도다. 미·중 미래 가상전을 다룬 이 소설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드론 편대·레일건 등 이제 막 실전 배치됐거나 곧 현실화될 미래 병기들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현실감 있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키리졸브(KR)·독수리(FE) 연습에 모습을 드러낸 F-35도 등장하는데, 전투 한번 제대로 못 하고 모조리 추락하고 만다. 개전 초기 F-35뿐만 아니라, 미국 무기와 통신망 대부분이 마비·붕괴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는 중국 측이 오작동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사전에 비밀리 심어 놓은 중국산 칩 혹은 부품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SK텔레콤이 중국 화웨이(華爲)의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를 도입하는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경제성만을 고려한다면, 성능이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이 절반 수준인 화웨이를 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안보를 염두에 둔다면, 간단치 않다. 우선 도·감청 등 정보 누출 우려가 있다. 화웨이가 국내 통신기업의 네트워크 장비를 장악할 경우, 통화 내용 도·감청 및 모니터링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중국 1위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공식적으론 종업원 주주 회사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으며, 중국군 당국과 긴밀한 유대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업자이자 현 회장인 런정페이(任正非)는 중국군 산하 연구소 연구원 출신으로 군 통신 장비 전문가다.


또 한·미 동맹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 LG유플러스가 2013년 말 서울과 강원·경기 일부 지역에 화웨이의 LTE 기지국 장비를 도입했을 때 미국 측이 우려를 표시했으며, 이 때문에 LG유플러스는 서울 용산 등 미군 부대 인근에는 화웨이 장비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스티브 차봇 미 하원 중소기업위원회 위원장 등 3명의 의원이 ‘한국이 준비하는 네트워크는 전자장치와 가전(家電)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loT)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미군이나 미국 정보시설, 외교 시설 장비에 있는 데이터가 화웨이의 네트워크에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의 서한을 미국 국방부로 보냈다.


그러지 않아도 중국으로 추정되는 세력이 국방부 등 군 내 인터넷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퍼붓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는 외국 장비 도입은 신중히 해야 한다. 물론 중국의 사드 보복은 자유무역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며, 정·경을 분리해야 한다는 한국의 논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 안보 문제를 경제성만으로 다룰 순 없다. 중국 측이 절반 가격에 내놓은 동기가 순전히 경제적 이유 때문만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최근 일본 정부도 일본 도시바 반도체 매각을 둘러싸고 중국 기업은 지분을 매수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제 한·중 관계를 경제 관점만으로 바라볼 시기는 지난 것 같다. sjhw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