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 브리핑룸. 한반도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포대가 전격 전개되고 중국의 보복 협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였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동맹과 함께한다"며 "사드 배치를 통해 우리의 방어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한 기자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어떻게 생각하나" 묻자 스파이서 대변인은 "뭐에 대한 보복?"이라고 되물었다. 기자가 다시 "사드 배치"라고 하자 그는 "사드 배치에 (보복을)?"라고 다시 확인했다. 기자들이 집요하게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 질문했지만 "우리는 이(중국 보복)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피해 나갔다.
그의 이날 태도는 사드 보복 논란에 대해선 처음 듣는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충돌은 애써 피하려 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날 북한을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고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말했지만, 한국은 "사우스 아프리카(South Africa)"라고 했다가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로 정정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마음속에서 한국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북한은 위협적 존재로 점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반면, 이 문제의 가장 큰 이해 당사자인 한국의 모습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 위협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일본에 매우 불공정하다"고 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직후이긴 했지만, 한국을 거론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었다. 당시 한국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너무 당연해서 직접 거론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을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라 표현했고,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라고 했다. 그는 한·중·일 방문에서 한국에서만 만찬을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수차례 만찬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에선 만찬 초청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측의) 실수가 있었던 듯하다"고 했다.
한 번은 실수일 수 있고 두 번은 우연일 수 있지만, 연달아 워싱턴 핵심부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는 것은 심각한 위기 신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런 움직임은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면서 한국의 입장을 살피기보다는 전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서 결정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 동맹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중요하다.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할 수 없는 대북 정책 변화를 막기 위한 방어선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건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면 버텨낼 힘이 생길 수 있다. 벌써부터 미국에선 한국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미 동맹은 미국에 의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 손으로 결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핀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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