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4.01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강가의 누각에서 온종일 행인들이 나루터에 모여들고 나루터에는 풍랑이 쳐 하늘까지 솟구치네. 물거품 속에서 빈 배는 출몰하는데 조수 같은 사공일망정 어디서 구해보나. 江樓有感 盡日行人集渡頭(진일행인집도두) 渡頭風浪蹴天浮(도두풍랑축천부) 虛舟出沒泡花裏(허주출몰포화리) 副手梢工底處求(부수초공저처구) |
19세기 전반기에 활동한 저명한 학자 매산(梅山) 홍직필(洪直弼·1776~ 1852)이
강가의 누각에서 나루터를 바라보며 소감을 시로 지었다.
강을 건너려고 나루터로 행인들이 몰려든다. 그러나 풍랑이 거세게 쳐서 배가 뜨지 않는다.
그때 물거품 속에서 빈 배 하나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훌륭한 뱃사공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 조수라도 있다면 강을 건너려고 시도할 텐데 그마저도 없다.
풍랑이 치는 강가로 행인은 몰려들지만 물을 건너지 못하고 발만 구른다.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시인 또한 애만 태운다.
주희(朱熹)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개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와 백성의 목숨은 모두 이 물 새는 배 위에 있다.
만약 조수 같은 사공이라도 부르고 그가 만취하지만 않았다면 급할 때 의지할 수는 있으리라."
시인은 어떤 위기를 만나 풍랑의 강을 건네줄 사공을 간절히 기다렸을 것이다.
지금 우리도 그런 사공을 기다리는 행인의 처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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