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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부發 민간 일자리 파괴를 경계한다/ [열린 포럼] 스위스 지방정부 추크의 기적

바람아님 2017. 6. 1. 08:23


[시론] 정부發 민간 일자리 파괴를 경계한다


(조선일보 2017.06.01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공공 부문 고용 확대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새 정부의 구상은 우리나라가 여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보다 공공 부문 고용 비중이 낮고 민간의 고용 창출 능력이 떨어져 공공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세계의 경험치는 그 반대다. 

공공 부문 고용 확대가 오히려 민간 일자리를 줄이고 실업자를 늘리는 역풍에 시달렸다. 

적지 않은 개발도상국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파리정치대학 얀 알간(Algan) 교수팀이 미국·독일·스웨덴·일본 등 OECD 17개국 대상으로 

1960~2000년 노동시장과 공공 부문 고용을 분석한 결과, 공공 부문 일자리가 1개 생기면 민간 일자리는 평균 1.5개가 

사라지고 100개의 공공 부문 일자리는 33명의 실업자를 만들었다. 

이처럼 공공 부문 고용이 민간 일자리를 밀어내는 구축(驅逐) 효과는 일자리 측면에서 공공과 민간의 질적 차이가 

벌어질수록 커진다. 

덴마크나 스웨덴 등 북구 복지국가에선 격차가 작고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이나 스페인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새 정부의 공공 부문 고용 확대가 자칫 OECD 평균보다 더 큰 부작용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공공 부문 고용 확대의 민간 일자리 구축 효과는 공공 부문 일자리의 특성과 관련이 깊다. 

공공 부문의 일자리가 민간 부문이 대체할 수 없는 국방이나 치안 등에서는 민간의 일자리를 밀어내는 효과가 작지만, 

복지 등 민간이 할 수 있는 사업을 공공 부문이 맡는 경우 구축 효과는 커진다. 

또한 공공 부문 일자리에 주어지는 특혜가 민간보다 많을수록 공공 부문의 고용 확대에 의한 민간 일자리 파괴 효과는 커진다.

공공 부문 근로자에 대한 고용, 급여와 후생복지, 연금 등에서 특혜는 부패를 야기할 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 부담을 키우고 

민간 기업에 인건비 증가 압력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공공 부문 고용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부작용도 커져 왔다. 

신분이 법으로 보장되는 공공 부문 근로자는 노동조합 효과로 급여가 올라가면서 보수 수준이 OECD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게 되었다. 반면 민간의 일자리는 안타깝게도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교사의 증원과 처우 개선에도 공교육의 질은 제자리걸음이다. 

또 공무원연금이 국가 부채 증가의 최대 원인이 될 정도로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지만 공공 부문 부패지수는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민간과 공공의 일자리 질이 역전되어 공공 부문 취업에 매달리는 '공시생'은 

넘쳐나는데도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는 공공 부문의 고용 확대로 인해 민간 일자리가 파괴되지 않도록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공공 부문에 대한 혁신 없이 그냥 고용만 늘리면 새 정부의 노동정책은 일자리 해결의 마중물은 고사하고 걸림돌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공공 부문 고용 확대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부의 역할 차원으로 엄격하게 절제해야 할 것이다. 

공공 부문 고용 특혜를 특히 경계해야 한다. 일자리에 목마른 국민이 당장의 갈증을 해결할 사이다를 원하더라도 

국정을 무한 책임진 정부라면 비록 더뎌도 진정한 갈증 해소책을 마련해야 한다.






[열린 포럼] 스위스 지방정부 추크의 기적


(조선일보 2017.06.01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청년 실업률이 11.2%에 달하는 현실에서 일자리 창출은 가장 절박한 시대적 과제 중의 하나다. 

대통령의 첫 업무 지시가 일자리위원회 설치일 만큼 새 정부의 각오도 비장해 보인다. 

그런데 일자리 정책이 성과를 거두려면 일자리에 가장 갈증을 느끼는 현장의 지방정부가 

나설 수 있어야 한다.


국가 경쟁력 순위 세계 1위인 스위스는 경제와 일자리 문제를 대부분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스위스에서도 일자리가 가장 풍부하고 잘사는 지역으로 

추크(Zug)를 꼽는다. 추크는 주민이 약 12만명에 불과한 작은 주정부(Kanton)다. 

그런데 2014년 현재 추크의 기업은 3만1000개, 일자리는 10만5000개에 달하며 1인당 국내총생산(BIP)은 

스위스 평균의 2배에 가까운 15만스위스프랑에 이른다. 

인구 3만명인 주도(州都) 추크시 시장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법인세 등 세금이 낮고, 정치가 안정되고, 

원스톱 행정으로 기업 편의를 제공하고, 교통이 편리하고, 국제학교를 여러 개 설치해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환경과 여가 활동 등 삶의 질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의 한 소도시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추크가 처음부터 잘사는 지방은 아니었다. 

추크는 원래 스위스에서 가장 가난한 농촌 지역에 속했다. 

1960년대만 해도 1인당 채무가 가장 높았고, 주민 소득은 스위스 평균에 

한참 미달했다. 1960년 추크의 인구는 5만명이었고 1900개의 기업에 

일자리는 2만2000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45년 후인 2005년 추크의 인구는 두 배로 늘어 10만명을 넘었고, 

기업은 10배 증가한 1만9000개, 일자리는 4배 가까이 늘어난 8만2000개가 됐다.


이러한 변화는 추크 주정부가 세법을 개정해 법인세율을 획기적으로 낮춘 데서 

시작됐다. 스위스의 법인세율은 연방세와 지방세를 합해 평균 17.9%로 

다른 나라보다 낮지만, 특히 추크의 법인세는 파격적이다. 

우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는 8.6% 내지 9.6%에 불과하고, 일반 기업은 14.6%다.

그중 8.5%인 연방법인세를 제외하면 추크의 지방법인세는 0.1% 내지 6.1%에 

불과한 것이 된다. 

그러자 세계적으로 이름난 수많은 기업이 추크로 본사를 이전해 왔다.


우리나라 지방정부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나서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헌법이 지방정부의 손발을 묶어 놓아 아무리 필요한 조치도 스스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인세는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어 지방정부가 정책 도구로 활용할 수 없고, 규제를 완화할 수도 없고, 

환경을 보호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주민에게 의무를 부과할 수도 없다. 

교육과 문화정책도 중앙정부가 엄격하게 통제한다. 중앙정부가 거의 모든 결정권을 갖지만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지방 실정에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필요한 법률을 직접 제정해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손발을 풀어줘야 한다. 지방 분권을 위한 헌법 개정은 단순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권력 배분에 관한 

정치문제가 아니라 경제 발전과 일자리가 걸린 국민 생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