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태평로] 檢·軍 개혁, 꼭 모욕 주기 式으로 해야 하나

바람아님 2017. 6. 9. 09:05
조선일보 2017.06.08. 03:15
최재혁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찰과 국방부 처지가 비슷하다. 한쪽은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다른 한쪽은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으로 폭탄을 맞았다. 둘 다 문 대통령이 나섰던 사안이다.


지난달 19일 문 대통령은 갑작스러운 검찰 인사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한 언론에서 돈 봉투 만찬을 보도하자 문 대통령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방의 고검 차장으로 좌천시키고 윤석렬 검사를 그 자리에 앉혔다. 사실상 '검찰은 대통령이 챙긴다'는 메시지였다. 지금 청와대에서 검찰 내부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문 대통령일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검찰을 숱하게 겪었다. 윤석렬도 대통령이 직접 골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한 정치권 인사는 문 대통령이 평소 윤 지검장을 어떻게 평가해 왔는지를 전하면서 "검찰총장을 시킬 줄 알았는데 돈 봉투 사건이 터지면서 앞당겨서 기용한 것 같다"고 했다.


"매우 충격적이다." 사드 보고 누락 파문은 문 대통령의 그 한마디에서 출발했다. 여당 의원들은 군형법 위반을 거론하면서 국방장관은 물론 전(前) 정권 국가안보실장과 국무총리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민정 조사 결과로 책임을 진 사람은 국방부 정책실장밖에 없었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오찬 때 사드 추가 반입을 놓고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했다는 정 실장 주장은 판을 키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청와대는 명확한 설명을 못 했다. 현직 국방장관이 청와대에 불려가 민정 조사를 받은 것은 아마 유례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망신당한 한 장관이 후임자 인선 지체로 이달 중 한·미 정상회담까지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니 코미디나 다름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한 뒤 한민구 국방부 장관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과 법무부 간부가 세금으로 돈 봉투를 주고받았다는 것은 분명히 부적절했다. 문제가 된다면 징계나 사표를 받으면 된다. 그러나 이 전 지검장은 '면직' 뿐만 아니라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수사까지 받게 됐다. 어제 감찰 결과 발표 이전부터 "누군가는 반드시 형사처벌 대상이 될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다. 뇌물죄 적용을 검토했다는 말도 들렸다. 대통령이 직접 챙긴 사안인데 밋밋하게 넘어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예상이 맞았다. 하지만 법조인이라면 서울중앙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부탁하고 잘 보여야 하는 자리가 아니란 걸 안다. 앞으로 문 대통령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 한바탕 인사 태풍이 불 것이다. 노무현 정권 초기 옷을 벗은 검사장이 15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번에도 최소 그 정도는 될 것이란 말이 검찰 안에서 돌고 있다.


사드 보고 누락은 환경영향평가 실시로 전이됐다. 애당초 목적지가 거기였는지도 모르겠다. 국방부가 전략·일반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공여 면적을 조정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군인들은 "설령 그렇더라도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냐"고 했다. 우리 군에는 그토록 가혹하면서 미국에는 배치 철회가 아니라고 달래기 급급한 이율배반을 보면서 군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문 대통령이 아직 권력의 1%도 안 썼다는 말도 있다. 내각이 출범하면 100% 가동될 것이다. 당연히 싫은 사람과 같이 갈 수는 없겠지만, 당사자에게 모멸감은 주지 말았으면 한다. 그렇게 욕하던 전(前) 정권보다 더하다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