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마는 일본이 중세 봉건국가에서 벗어나 세계와 겨루는 강대국으로 도약하게 만든 근대화의 영웅이다. 에도 막부 말기 미천한 하급 무사 집안에서 태어나 당시로선 죽음이나 마찬가지였던 탈번(고향 탈출)을 감행해 끝내 막부를 타도했으나, 정작 본인은 메이지유신 직전 암살당한 드라마틱한 삶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료마가 간다』와 NHK 드라마 ‘료마전’ 등이 그의 대중적 인기에 한몫하기는 했지만 그가 이처럼 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낮은 신분이나 암울한 시대에 좌절하거나 사심을 채우는 대신 스스로를 버려 일본에 미래를 선사한 인물이라는 점 말이다.
료마는 썩어빠진 막부 정권이 존속하는 한 서양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걸 간파하고는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해 정치세력을 모아 결국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렸다. 그런데 정작 유신 분위기가 무르익자 동료들에게 혁명 후 정치를 부탁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막부 정권을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다. 세상 사람은 모두 나만큼 똑똑하기에 아무도 다른 이의 이익을 위해 힘을 보태지 않는다. 사심을 품으면 바로 알아차린다. 오직 대의를 위해서만 손을 내민다.”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일본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자신을 버려가며 나라에 헌신하기는커녕 ‘자리’만 탐내는 정치 지도자가 넘쳐나는 요즘, 료마가 그리울 수밖에. 어디 일본뿐일까. 인사 난맥을 보고 있자면 오로지 ‘자리’를 위해 정권을 무너뜨렸나 싶어 하는 말이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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