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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의 말과 글] [6] 감정의 온도

바람아님 2017. 8. 6. 02:28

(조선일보 2017.07.29 백영옥 소설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남자 친구 때문에 힘들다는 여자분의 편지를 받았다. 

그녀는 말다툼 끝에 연락을 끊은 후 낯선 여자와 함께 있던 그가 한 말에 마음이 무너졌다고 했다. 

"외로움 못 참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세상엔 사랑 때문에 잠 못 드는 괴로운 사람이 많다.


외로움은 전염성이 강하다. 

정신과 전문의 김병수의 책 '감정의 온도'에는 외로운 친구를 곁에 두면 외로워질 확률이 무려 40~65%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외롭지 않은 사람을 세 번이나 거쳐야 외로움의 전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부부 사이에 외로움이 더 잘 전염된다고 말한다. 가령 남편이 회사 일을 마치고 가족이 있는 집에 들어와 

'외롭다'고 말하면 아내 역시 우울해지는 동시에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데 외롭다면 대체 나는 남편에게 어떤 존재인가 자문하며, 역시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식이다. 

앞서 말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온 편지와 같은 경우였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음식을 찾던 후배에게 "혹시 배고픈 게 아니라 마음이 고픈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가 

와락 눈물을 터뜨리는 그녀에게 연애 상담을 해주던 기억이 났다. 얼마 전 나는 외로움과 배고픔을 느끼는 뇌신경이 

서로 매우 근접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말인즉, 우리 뇌가 외로움과 배고픔을 혼동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억지웃음에 대한 뇌의 반응 역시 비슷하다. 우리 뇌는 가짜와 진짜 웃음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억지로 

웃어도 신체에 90% 긍정적 효과가 있다.


'감정의 온도'에는 심부 온도를 38.5도까지 올리는 목욕만으로도 항우울제 복용과 같은 개선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등장한다. 따뜻한 목욕이 마음의 온도까지 높여준다는 건 꽤 의미 있는 이야기다. 

외로움의 온도는 낮고, 웃음의 온도는 높다. 흥미로운 건 외로움만큼 웃음도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외로움 때문에 시작한 연애는 대개 괴로움으로 끝난다. 

연애의 목적이 외롭기 때문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함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백영옥의 말과 글] [5] 휴가 갑니다. 죄송합니다(2017.07.22)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1/201707210297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