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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의 말과 글] [7] 행복의 기원

바람아님 2017. 8. 6. 01:29

(조선일보 2017.08.05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서은국의 책 '행복의 기원'은 '인간은 왜 행복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심리학자인 그는 '행복'이란 생각이 아니라 감정이며 저축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한 번 큰 기쁨을 느끼기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게 행복 관점에서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우리 뇌가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해서 설계됐다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늘 친구와 연인을 곁에 두고 살았던 존재였고, 우리는 그들로부터 사회적 생존 비법을 

유전자로 전수받았다는 것. 그러므로 호모 사피엔스에게 사회적 고립은 죽음을 의미한다.


고통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육체적 고통이고 또 하나는 심리적 고통이다. 

고통에도 목적이 있다. 통증을 느껴야 비로소 치료 시스템이 작동한다. 

한센병 환자는 감각이 없어져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손가락,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도 통증을 느낄 수 없다면 환자는 그 부위를 돌보지 않는다. 

이때 통증은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된다. 

보이지는 않지만 육체가 절단되는 것만큼 생존을 위협하는 건 집단으로부터 잘려나가는 것이다. 

실직, 배신, 집단 따돌림 등 인간관계에 금이 갈 때 뇌는 이런 마음의 신호를 '아픔'으로 인식하고 통증으로 느끼게 설계돼 있다.


흥미롭게도 뇌 영상 사진을 살펴보면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고통이 같은 뇌 부위에서 발생한다. 

미시간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은 막 헤어진 애인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뜨거운 커피에 손을 덴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 

실연과 화상의 통증이 비슷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가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고통이 같은 곳에서 생긴다면 고통을 줄이는 방법도 같지 않을까? 

가령 몸이 아플 때 먹는 진통제를 마음이 아플 때 먹는다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놀랍게도 이에 대한 연구 논문이 있다. 

매일 타이레놀을 복용한 집단은 다른 집단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의 사회적 상처를 덜 느꼈다고 한다. 

두통을 없애듯 진통제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고통 역시 덜어줬다는 것이다. 

역시 뇌의 세계는 언제나 신비롭다.




[백영옥의 말과 글] [6] 감정의 온도(2017.07.29)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8/2017072802759.html


[백영옥의 말과 글] [5] 휴가 갑니다. 죄송합니다(2017.07.22)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1/201707210297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