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패싱은 숙명인가
노무현, 무장평화론으로 대응
문재인의 '한국 결정론' 조건은
ICBM 막을 독자적 무력수단과
'덩케르크'의 처칠 같은 언어
처칠의 발언은 리더십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그 어휘 구사에 매료됐다. 케네디의 격찬(1963년)은 문학평론 같다. “(독일 히틀러의 공격에) 영국이 홀로 버티던 실의(失意)와 어두운 시절에,···처칠은 언어를 동원하여(mobilized) 그것을 전선에 보냈다.” 처칠의 말은 와일드카드였다. 상황 반전의 병기로 작동했다. 사회의 비관적 분위기는 퇴장했다. 애국심과 투지가 살아났다. 군대의 결전 자세는 굳어졌다. 지도자의 불굴의 언어는 전염성을 갖는다.
한반도는 결정적인 상황에 진입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세상을 흔든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결정권’을 제기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광복절 경축사) 그 연설은 강렬하다. 그 외침은 우리 역사의 비원(悲願)이다. 청(중국)·일 전쟁과 러·일 전쟁이 있었다. 20세기 전후다. 전쟁터는 우리 땅이었다. 개전 장소는 서해 앞바다. 조선은 무기력한 관전자였다. 강대국은 약소국의 동의를 얻지 않는다. 그 시절 ‘코리아 패싱’의 비애는 숙명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그 교훈에서 표류하지 않으려 했다.
노무현의 안보 고뇌도 그 속에 있었다. 역사 비극의 재현을 막는 방법은 무엇인가. 대통령 노무현은 남북화해를 추진했다. 동시에 무장을 결심했다. 그것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이다. 그 결단은 독자적 무력 수단을 갖기 위해서였다. 제주기지는 중국과 일본 함대의 동향을 파악한다. 동·서해로 이동하는 북한 함정을 감시한다. 평화는 평화로 지켜지지 않는다. 그것은 세계사의 축적된 경험이다. 노무현은 그 교훈을 자기 문법으로 정리했다. 그의 ‘자주 무장(武裝)평화론’이다.
미국과 북한의 말싸움은 소강상태다. 사태 본질은 그대로다. 북한 ICBM은 공포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위기 극복의 시작은 지피지기(知彼知己)다. 상대와 나를 알아야 한다. 처칠의 낙관적 대항은 지피지기에서 나왔다. 그는 히틀러 저서(『나의 투쟁』)를 숙독했다. 책 속에 히틀러의 거침없는 야망이 담겼다. 그 시절 영국 정계는 유화(宥和) 쪽에 기울었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그 책을 묵살했다.
한국 사회는 핵무기의 정체에 익숙해야 한다. ICBM은 ‘절대반지’다. 그 앞에서 한국의 재래식 무기는 초라하다. 절대반지 소유자는 능수능란해진다. 협박과 아량 사이를 오간다. 상대방은 주눅 들고, 농락당한다. 북한 핵 도발의 실제 목표는 주한미군 철수다. ICBM은 우리 사회에 던진 긴급 물음이다. “핵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미·중국 사이 흥정이 있을까.”- 해답을 찾아야 한다. “전술 핵무기의 재반입인가, 자위적 핵무장인가. 대화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 레짐 체인지는 가능한가.”-지피지기는 집단 전략과 투혼을 생산한다.
문 대통령은 ICBM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 그것으로 국민적 결속과 지혜는 모아진다. 대통령이 국가 최고의 홍보맨으로 나설 상황이다. 처칠의 승부사적 언어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진실 공유가 운명의 주도적 결정 조건이다.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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