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백영옥의 말과 글] [9] 행운에 속지 마라

바람아님 2017. 8. 19. 10:06

(조선일보 2017.08.19 백영옥 소설가)


재테크 시대, 주위에 투자에 몰두하는 사람이 많다.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부동산은 8·2 부동산 대책으로, 주식은 북핵 문제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한숨 소리가 깊다. 얼마 전, 주식 투자로 400억원을 벌어 '청년 버핏 기부왕'으로 알려진 남자의 기사를 읽었다. 

이른 나이에 400억원을 벌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재산을 기부하기로 했다는 건 더 놀라웠다. 

하지만 이 놀라운 행운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종종 젊은 나이에 큰 성과를 이룬 재벌 2세와 아이돌 스타, 프랜차이즈 사업가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사건들이 보도된다. 

인생 초반에 10전 10승의 삶을 산 사람들, 옛말로 소년등과(少年登科)인 셈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에게 승리란 골 득실을 따져야 하고, 때론 경우의 수도 따져봐야 한다. 

많은 실패를 거치며 배우는 성공은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 된다. 

너무 이른 나이에 준비되지 않은 성공은 오히려 불행의 씨앗이 되기 쉽다.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 중 위대한 작곡가는 없다고 한다. 

음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음과 음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알고 있어 쉽게 음에 다가간다고 한다. 

대단한 것을 만들어낸다는 건 고민과 번뇌의 지난한 흔적들이다. 

그것이 재능이든, 노력이든, 행운이든, 우리에게 갑자기 찾아온 것들에 속아선 안 된다. 

알베르 카뮈가 말했다. "행운도 나름 피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내가 조금 더 좋아하는 건 '블랙 스완'(희귀 사건)의 존재를 피력하며 

월가의 새로운 현자로 등극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말이다. 

"다윈의 아이디어는 생존이 아니라 번식 적합성에 관한 것이다. 문제는 결국 운이다. 

동물학자들의 발견에 따르면, 일단 운이 시스템에 개입되면 놀라운 결과가 일어난다. 

얼핏 '진화'로 보이던 것이 '전환'에 불과하거나 '퇴화'가 되기도 한다." 역시 같은 말이다. 

행운에 속지 마라! 내가 아는 한 '주식시장'에 관한 가장 탁월한 탈레브의 책 제목도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