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8.17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발레에는 수많은 동작이 있다.
열심히 연습 안 해도 수월하게 이뤄지는 동작이 있고, 아무리 연습을 해도 잘 안 되는 동작이 있다.
그걸 어떻게든 잘 해내려는 마음에 무용수는 더욱 집착을 하게 된다.
국립발레단을 그만두고 파리국립오페라발레단에 입단했을 때 내 모습이 그랬다.
기본기가 얼마나 부족한지 자괴감이 몰려왔다. 밤낮으로 연습실에 남아 어려운 동작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그래야만 내 무용에 균형이 잡힐 거라 믿었다.
물론 고통스러운 여정이었다. 뜻대로 동작이 안 나오니 혼잣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벽을 쳐대며 눈물을 흘렸다.
'나는 왜 이럴까' 스스로를 못마땅해하며 자학하기도 했다.
그러자 그나마 남아 있던 자신감도 떨어졌고, 누구보다 잘했던 동작들도 예전처럼 할 수 없었다.
내 삶의 전부라 여겼던 발레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문득 한국에서 신나게 춤을 추던 때가 떠올랐다.
내가 그 누구보다 자신 있게 했던 동작들을 더욱 잘하고 싶어 수없이 반복을 했었다.
덕분에 주위에서 인정도 꽤 많이 받았다. "좋았다" "멋지다"란 찬사에 그 어떤 고통도 잊었다.
발레의 기쁨과 소중함을 느끼며 고통을 즐기던 시절이었다.
순간 모든 걸 다 잘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 들었다.
내가 못하거나 잘 안 되는 것들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신 있는 몇 가지 동작에 좀 더 연습을 집중하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다행히 2002년, 2005년에 있었던 파리발레단 자체 내 승진시험에서 드미솔리스트와 솔리스트로 오를 수 있었다.
그건 내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동작과 자신 있게 할 수 없는 동작들과의 균형을 명확히 불균형화시켜 시도한 덕분이다.
모든 뒤틀어짐은 모두 다 잘하려는 '욕심'에서 시작된다.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그 몇 가지에 자신을 집중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지고 당당한 삶을 기쁘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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