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新중동천일야화] 사우디 여성은 무함마드 시절에도 낙타를 몰았다

바람아님 2017. 10. 15. 07:04

[新중동천일야화]

사우디 여성은 무함마드 시절에도 낙타를 몰았다


(조선일보 2017.10.09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現 히브리대 방문학자)


사우디의 여성 운전 허용은 시대착오적 이슬람 전통주의 와하비즘과의 결별 첫 신호
9·11 테러 뿌리도 와하비즘… 극단주의 종주국 오명 벗고 새로운 도약 위해 변화 택해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現 히브리대 방문학자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現 히브리대 방문학자


카타르와의 단교(斷交), 비키니 해변 허용 등 사우디아라비아발(發) 외신이 연방 화제다. 하나 더 있다.

9월 26일 살만 국왕은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칙령을 전격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6월에는

지구 상에서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국가를 볼 수 없게 된다. 국제사회는 환영 일색이다.


여성 운전 금지는 이슬람 계율상 전혀 근거가 없다. 시대가 다르기에 이슬람법(샤리아)의 원천인

쿠란과 하디스(선지자의 언행록)에 자동차에 관한 언급이 있을 리 없다. 논쟁이 될 수 없는 사안이다.

정 필요하면 역사적 맥락을 따져 유추(analogy)하면 된다. 이 경우 여성 운전에는 더더욱 무리가 없다. 선지자 무함마드

생전에도 여성은 당시 교통수단인 낙타와 말을 자유롭게 몰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선지자의 부인 아이샤가 낙타를 하도

험하게 몰아서 선지자에게 지청구를 듣기까지 했다.


비슷한 논쟁은 50여 년 전에도 있었다. 1965년, 파이살 국왕이 국가 발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텔레비전 방송국 설립을

시도하자 성직자들은 반발했다. TV로 전송되는 사람 형상이 우상숭배를 부추긴다는 이유였다. 당시 국왕은 우회 수를 두었다.

쿠란 독경(讀經) 위주로 편성하겠노라 설득했고 성직자들은 수용했다. 어차피 누군가가 카메라 앞에서 쿠란을 읽어야 하니

자연스레 사람의 모습이 송출되었다. 지금 사우디 국민은 다채로운 채널을 즐기고 있다. 이처럼 여성 운전 초기에도 저항이

있겠지만 일단 시작되면 곧 익숙해질 것이다.


왜 이런 시대착오적인 일들이 유독 사우디에서 많이 일어날까?

사우디 왕실의 전통 사상이자 아라비아 정복과 통합의 이념인 와하비즘 때문이다.

이슬람 전통주의의 극단적 형태인 와하비즘은 사회의 진보나 문명의 수용을 거부한다.

중세 이슬람 질서의 회복만이 바른길이라 믿는다. 사우디 왕실은 이 이념에 기대어 국가를 지탱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폭력적 극단주의들이 와하비즘을 자신들의 이념 토대로 삼은 것이다.

사우디가 IS나 알카에다의 후견인이라는 비난이 빗발치는 이유다.


사우디의 고민은 이 지점에 있다. 지금껏 내부에선 와하비즘을 지키면서도 대외 관계에서는 서방,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9·11 이후 문명 충돌과 테러 담론이 부상하면서 사우디는 극단주의의 종주국 이미지를

떠안게 되었다. 국제사회는 사우디에 와하비즘과의 결별을 요구했다. 왕실은 자기를 지켜주는 통치 이념을 버릴 자신이 없었다.

그나마 이란이 핵 문제로 악당의 자리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버틸 만했다.

그러나 핵협상 타결 이후 이란이 국제사회로 복귀하는 수순을 밟자 사우디는 궁지에 몰렸다. 숙적 이란보다 사우디가 더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이라는 비판 때문이었다. 게다가 석유의 힘도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더 이상 와하비즘에 기대어

체제를 유지할 수 없고, 버려야 산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조선일보 DB


국왕과 왕세자는 승부수를 던졌다. 후견인 제도와 이슬람 복식 등 해결해야 할 여성 관련 문제는 여전히 많지만 와하비즘

떼어내는 첫발을 디딘 셈이다. 수니파 리더를 자임하는 사우디가 온건 이슬람 국가로 변해야만 난마처럼 얽힌 중동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때로는 지고의 가치라 믿어온 것들을 용기 있게 해체해야 할 때가 있다. 시기를 놓치면 더 큰 희생과

비용을 지급하게 된다. 변해야 산다. 터키의 이슬람 학자인 무스타파 아키욜의 사우디 와하비즘 비판은 통렬하다.


"메카 성지 순례를 보라. 남녀 구분없이 함께 어울려 카바 순례에 참예한다.

그러나 정작 시내 맥도널드에서는 남녀가 구분되어 들어간다. 아이러니다.

거룩한 곳에서조차 남녀가 함께 예배드리는 것이 알라의 뜻인데, 더 자유로워야 할 일상에서는 엄격히 분리한다.

이는 이슬람의 가르침에 어긋난다. 사우디의 이슬람은 변해야 한다."





[新중동천일야화]


(조선일보/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新중동천일야화] 쿠르드 民族의 독립, 이번엔 가능할까
(조선일보 2017. 4. 26 (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5/2017042503649.html


[新중동천일야화] 예루살렘은 누구의 땅인가
(조선일보 2017. 3. 15 (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14/2017031403448.html

[新중동천일야화] 열린 사회가 더 안전하다
(조선일보  2017. 2. 1 (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31/2017013102667.html


[新중동천일야화] 한 IS 지하디스트의 假想 독백
(조선일보 2016. 12. 14 (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13/2016121302963.html


[新중동천일야화] 사막의 벤구리온
(조선일보 2016. 10. 26 (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25/2016102503890.html


[新중동천일야화] 베일과 부르키니
(조선일보 2016. 8. 31 (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8/30/2016083003296.html


[新중동천일야화] 아! 이스탄불
(조선일보 2016. 7. 20 (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19/2016071903533.html


[新중동천일야화] '라마단' 참뜻을 뒤튼 이슬람의 배교자들
(조선일보 2016. 6. 8 (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07/2016060703344.html


[新중동천일야화] 여유와 포용의 제국 페르시아의 귀환
(조선일보 2016. 4. 27 (수)


[新중동천일야화] 兄弟에서 父子로… 사우디의 왕위 계승 앞날은?
(조선일보 2016. 3. 16 (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15/201603150352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