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독일의 수소 에너지 활용 실태 취재차 오른 비행기 안에서 제러미 리프킨이 5년 전 쓴 책 『3차 산업혁명』을 읽었다. 손에 잡히지 않던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이 비로소 뚜렷하게 다가왔다. 새로운 산업 사회를 이야기하면서, 그 밑바탕이 되는 에너지원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리프킨은 증기기관으로 상징되는 18세기 1차 산업혁명을 ‘석탄 혁명’으로, 전기·내연기관의 시대인 19~20세기 초 2차 산업혁명을 ‘석유 혁명’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초연결 인터넷 사회를 기반으로 한 3차 산업혁명을 ‘신재생·수소 혁명’으로 구분했다. 사회 곳곳에 로봇과 전기차, 고용량 반도체, 24시간 운영되는 데이터센터 등을 가동하려면 값싸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 진화로 윤택한 삶을 누릴 새도 없이 인류는 오염된 환경 속에 파묻혀 버리고 말 것이란 소리다.
국내 신재생·수소 에너지에 대한 논의도 전형적인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의 공식을 충족한다. 일단 기득권 반발이 있다. 기존 규제는 기득권을 지키고, 관료는 규제를 지킨다. 신진 사업자는 시장 진입을 포기한다. 어쩔 수 없이 시장을 열 때쯤 해외 사업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메커니즘 말이다.
김건태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한국은 원자력 기득권이 강해 수소연료전지 개발이 지지부진하다”고 말한다.
미래 에너지를 풀 열쇠도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환경부 등 뿔뿔이 흩어진 규제 당국이 쥐고 있다. 독일 국립 수소연료전지기구(NOW)처럼 정책 당국과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우리는 또 뒤처진다. 민관 합동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이럴 때 필요한 게 아닌가.
김도년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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