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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49] Live while you're living

바람아님 2017. 12. 23. 07:33

(조선일보 2017.12.23 이미도 외화 번역가)


'하루를 즐겁게 시작하고 싶다면,

아침에 눈떴을 때, 오늘 하루에 적어도 한 사람에게 한 가지라도 기쁨을 줄 수 없을까를 생각하라.'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 있는 글입니다. '오베라는 남자(A Man Called Ove·사진)'의 주인공 오베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니체의 가르침대로 산 게 확실해 보입니다. 안타깝게도 6개월 전까지는….


'오베라는 남자'


오베는 오늘도 혼잣말합니다. "여보, 곧 만나." 이 약속을 지키려면 그가 죽어야 합니다.

'그녀 이전에 나 없었고 그녀가 없으면 나도 없다'고 말할 만큼 사랑한 아내와 사별했거든요.

그가 반년 넘게 이웃과 담쌓은 배경이고요. 오베는 올가미로, 엽총으로, 가스로 계속 자살을 기도합니다.

결과는 번번이 실패입니다. 결정적 순간마다 때마침 이웃이 와 방해한 것입니다.

"난방기 좀 고쳐줘요. 사다리 좀 빌려줘요. 차 운전 좀 가르쳐줘요." 그는 불평하면서도 돕습니다.


'꽁꽁 닫아놓은 마음'보다 숨 막히는 감옥은 없겠지요.

그런 감옥에 갇혀 사는 오베를 꺼내주려고 이웃집 주부가 다가가 살갑게 말을 붙입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죠(Live while you're living)."

암으로 죽은 아내에 대한 아픈 기억을 불러낼까 봐 두려워 누구도 집에 안 들인 그가 차츰 마음을 열까요?

진정한 호의는 완벽하게 준비됐을 때 문을 열어 손님을 맞는 게 아니라

덜 준비됐어도 마음의 문을 열어 맞는 것임을 그는 배워갑니다.


영화를 보며 도로시 파커의 시 '다시 시작하라(Resume)'를 떠올렸습니다.

'면도날은 아프고/ 강에 빠지면 축축하고/

산(酸)은 얼룩을 남기고/ 약물은 경련을 일으킨다./

총은 불법이고/ 올가미는 풀리며/

가스는 냄새가 고약하다/ 그러니 차라리 사는 게 낫다(You might as well live).'

마침내 우리는 오베가 시의 끝 행대로, 니체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요?

그의 사연에 귀 기울이고 그와 슬픔을 함께 나누려는 이웃이 있기에….





오베라는 남자(A Man Called Ove)
하네스 홀름 감독/ 알스컴퍼니/ 2016/
DV688.2-14634/ NBC000014634/ [강서]디지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