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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려면… 변화의 바람 따라 삶의 조종간을 움직여라

바람아님 2018. 1. 20. 18:19

(조선일보  2018.01.19 김태훈 출판전문기자)


불행 피하기 기술불행 피하기 기술

롤프 도벨리 지음 | 엘 보초 그림 | 유영미 옮김 | 인플루엔셜 | 400쪽 | 1만5800원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대를 나오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가도 이후의 삶은

얼마든지 불행에 봉착할 수 있다.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든다. 맞지 않는 배우자를 만나거나

승진에서 빠지거나, 아이가 오래 아플 때 삶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문제는 좋은 출발선에 섰던 사람일수록 수렁을 벗어나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저자는 '생각의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중요한 것은 출발이 아니라 중도에 수정하는 능력인데 수정을 계획의 실패로 받아들이는

것이 생각의 함정이다. TV쇼 인기 진행자이자 아마추어 조종사인 저자는 이를

"비행 궤도를 목적지에 고정하고 출발해도 바람의 변화에 맞춰 조종간을 계속

움직여야 하는 것"에 비유한다.

불행에 빠지지 않으려면 최적 파트너를 찾기보다 지금 파트너와 관계를 지속적으로 가꿔야 하며,

좋은 학교 입학에 집착하기보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진로 수정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음의 평정을 얻는 그리스 스토아학파의 철학적 사유를 바탕에 깔고 우리 삶을 불행에 빠뜨리는

생각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 되는 '생각 도구' 52개를 제공한다.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삶을 갉아먹고 있다면? 먼저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았는지 돌아본다.

삶의 역경을 대하는 태도로선 가장 비생산적 반응이기 때문이다.

삶에서 이룩해야 할 나만의 소명이 있다고 믿는 태도 또한 위험하다.


행복하려면… 변화의 바람 따라 삶의 조종간을 움직여라자기연민은 스스로 무덤을 파고 그 속에 들어가는 행위다.

/ 엘 보초(El Bocho)


1980년 미국에서 출간된 소설 '바보들의 전략'은 150만부가 팔리고 퓰리처상까지

받았지만 저자인 존 케네디 툴은 그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소설가가 되는 것이 소명이라고 믿었던 그는 이 작품을 26세에 써서 여러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모두 거절당하자 극단적 좌절에 빠졌다. 저자는 소설 쓰기를 소명이

아닌 생업쯤으로 여기고 "오늘 최소 세 페이지를 써야지" 하는 것이 "내일 노벨상을

받아야 하는데" 하는 것보다 슬기로운 불행 예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능력의 한계에 도전하기보다 자기 능력의 한계를 알고 적당한 곳에서

멈출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도전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심취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맘껏 '덕질'하라고 한다.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이 거듭나라"는 말에도 넘어가면 안 된다.

느리더라도 장기적으로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내가 이룰 수 있는

최상의 결과를 가져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