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3.12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캐플런 교수 '교육제도를 반대한다'
[이코노 서가(書架)] 경제학자의 돌직구…
"美교육제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 배출 못해"
20여 년간 학교 교육을 받았는데도 도대체 일자리 하나를 얻을 수 없다면 교육이 문제인가,
일자리가 문제인가? 특히 어마어마한 사교육비를 투입한 끝에 간신히 들어간 대학,
매년 천만원에 가까운 등록금을 내면서 배운 전공 지식을 취직한 뒤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은
그 분야 교수 빼고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
물론 배우는 것이 전혀 없지는 않다. 기본 어문과 산술 능력, 그리고 공인된 세계관을 배운다.
진정한 교육이 이뤄지는 교실도 있긴 하다. 그러나 이건 부분에 불과하다.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 경제학 교수인 브라이언 캐플런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교육제도는 시간과 돈만 낭비하는 과잉 투자의 전형이다.
그는 '교육제도를 반대한다: 왜 교육 시스템은 시간과 돈 낭비인가'라는 책에서 경제학의
신호(signaling) 이론으로 이 낭비 시스템을 해부한다. 노동시장의 수요와 교육제도의 공급 기능이 어긋나 있다.
일단 고용주가 노동자를 선별할 때 그의 능력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이때 졸업장은 대표적인 판단 지표, 즉 신호(signal)가 된다.
설령 에디슨급의 창의성과 링컨에 준하는 성실성을 갖춘 사람이라도 졸업장이 없으면 일단 모든 서류 심사에서 탈락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신호는 그의 진정한 능력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가 비열한지, 멍청한지, 나약한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어쨌든 졸업장과 자격증만 들이대면 우선 통한다. 그래서 너도나도 졸업장 획득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관행으로 고착(lock-in)됐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그 사람만 손해다.
그래서 모두가 이 거대한 낭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는 단지 학위 부여 공장으로 전락한 교육제도가 얼마나 쓸모없는 커리큘럼으로 가득한가,
그리고 제도권 교육을 통해 사람의 지식, 사고 능력 또는 사회성을 포함한 여러 품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순박한 인문학자, 교육학자, 인적 자본 이론가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가를 하나하나 반박한다.
물론 수많은 실증 연구와 통계에 바탕을 두고서다.
논조만 보면 저자가 극단적 인문학 혐오자 내지 교육 무용론자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저자는 누구보다 인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교육의 가치를 절감하기 때문에 교수로서 자기비판을 가하는 것이다.
그는 다만 제도권 교육의 실제 성과보다 거기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
다시 말해서 사회적 수익률이 심각한 마이너스 상태임을 경제학적 시각에서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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