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심(下心)은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이다. 원래 수행자의 마음 자세를 강조하는 불교 용어이지만 행복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행복은 자기 마음속의 욕망이나 기대치를 낮추는 것에서 비롯되니까.
행복은 웅덩이에 만족이란 물을 채우는 것과 같다. 만약 산꼭대기에 웅덩이가 있다면 어떻게 물을 가득 채울 수 있겠는가.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는 충분하지 못해 늘 불만족 상태에 놓일 것이다. 양수기로 물을 퍼올려 채우는 방법도 있을 것이나 햇빛에 물이 증발되므로 물이 가득 차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으리라.
산꼭대기를 성공의 정상으로 바꿔 생각하면 행복의 이치는 더욱 분명해진다. 자기가 바라던 성공이나 높은 지위에 도달한 사람은 아마 뿌듯한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즐거움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높은 지위로 승진했다고 하더라도 한 달 후나 1년 후에까지 즐거운 기분을 느끼는 사람은 없을 터이니. 더구나 언젠가 그 지위에서 하산하는 날이 오면 그나마 남아 있던 웅덩이 물까지 몽땅 빠져버릴 것이다.
하지만 하심으로 욕망을 낮춘 사람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낮은 곳에 있는 웅덩이처럼 시냇물이 흘러들어 늘 물이 가득할 것이다. 범사에 감사하는 이에게는 불행하거나 기분 나쁜 일이 거의 없다. 제 시간에 도착한 버스에 당연히 감사하고, 설혹 늦게 도착했을지라도 지금 내 앞에 버스가 왔다는 사실에 감사하리라.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조차도 삶이 연주하는 선율처럼 느낄 것이리라. 하심의 자세로 세상을 본다면 행복하지 않은 일이 없다. 그러니 문제는 세상이 아니라 언제나 나 자신에 있는 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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