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8.05.02. 13:03
한때 과학계에 몸을 담았던 호주의 104살 노인이 너무 오랫동안 살아 지금의 나이에 이른 것을 후회한다며, ‘조력자살(Assisted suicide)’을 위해 스위스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시사주간지 타임 등 외신들에 따르면 영국 런던 태생으로 호주에서 살아온 데이비드 구달(104)이 조만간 스위스로 떠나는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전해졌다.
오해의 소지가 다소 있겠지만 ‘너무 오래산 것을 후회한다’는 게 이유다. 재작년 재직 중이던 대학이 나이를 이유로 그의 퇴임을 요구한 게 조력자살 고민에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조력자살은 우리가 아는 ‘안락사(euthanasia)’와는 차이가 있다. 의료진으로부터 약물을 처방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조력자살과 다르게 존엄사는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가 의미가 없어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말하며, 극심한 고통을 받는 불치병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해주는 게 안락사라고 사전 등은 설명한다.
70년 이상 생태학 연구에 힘을 쏟은 학계 권위자였던 구달은 스위스 바젤에 있는 한 기관을 통해 조력자살을 신청했다.
호주에서는 빅토리아 주(州)가 지난해 조력자살을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공식화하려면 여전히 1년 이상은 있어야 하며, 심지어 남은 수명이 6개월 이하인 시한부 환자에 한해서만 허용될 것으로 알려져 아예 구달은 대상이 될 수 없다. 결국 그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다 너머로 눈을 돌렸다.
구달은 최근 생일을 맞이한 자리에서도 “지금의 나이에 이른 것을 후회한다”며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세상을 떠날 때가 되었다”며 “만약 누군가 내 선택을 막는다면 정말 슬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 20~30살만 젊었으면 딱 적당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누군가는 구달의 선택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고 묻겠지만, 외신들은 어떠한 사족도 없이 “한 사람은 자기 인생의 마지막을 선택할 수도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모든 게 공평하다”는 그의 말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호주 세븐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구달은 “나처럼 늙은 사람은 조력자살 권리가 보장되어야 비로소 완벽한 시민으로서 인정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온라인 모금운동 페이지 ‘고 펀드 미’에서는 그의 비행기표 확보를 위한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며, 목표액 1만5000달러(약 1600만원)를 훌쩍 넘긴 2만달러(약 2100만원)에 가까운 돈이 모였다.
하지만 오래 산 것을 두고도 배부른 고민을 한다며 구달의 선택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이 여전히 일각에서 관찰되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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