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트럼프의 기이한 자아와 학습 태도에서 원인을 찾는 게 더 빠를지 몰랐다. 그러나 베테랑 외교관들도 함께한 과정이었다. 전문가들의 글을 읽어 내려간 이유였다.
플랜트가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기고한 접근법은 이랬다. “남·북·중의 현 기류로는 미국이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최대 압박을 이어나가기 어렵다. 그나마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 평화협정으로 전환이 가능하고 제재가 풀리니, 미국은 그걸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지금은 잉크로 서명하는 게 아닌 악수로 봉인하는 딜을 해야 한다.” 실제 서명 문서엔 ‘볼 게’ 없었다.
“북·미가 상호 간 각자 행동에 나서야 한다. 미국은 제재를 유지한 가운데 군사적 긴장을 줄이는 조치를 하고, 북한은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포함, 동결 조치를 확대해야 한다. 정상회담 이후 장관급이 곧바로 후속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유사한 약속들이 있었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도 하나였다.
플랜트는 12일엔 “결국 중요한 건 투명성”이라며 “북한이 과거처럼 속이지 못하게 하는 데 미국의 정보력이 레버리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핵 능력을 파악, 최대한 검증할 수 있는 데까지 검증하는 것을 중기 목표로 제시했다. 트럼프는 실제 “우리에겐 정말 많은 정보가 있다. 조속히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플랜트의 구상이 유의미하단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6·12 합의에 실망했을 이들에게 이런 해석도 있다는 ‘판단 유보의 시간’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 장차 몇 달이 ‘종이’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래도 심란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게다.
지난주 북·미 회담을 앞둔 자세에 대해 썼지만 언급하지 않은 것이 있다. 미국의, 혹 트럼프의 이익이 우리와 갈라지는 지점이 있을 것이란 얘기였다.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고 우리는 협상장에 없다. “강대한 국가는 자기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으며, 약한 국가는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투키디데스)는 현실 말이다.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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