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한국인의 두 얼굴] 아빠를 찾아요, / 노숙자 쉼터 반대한 LA 한인타운

바람아님 2018. 6. 16. 09:31

[Why] 아빠를 찾아요, 10년전 필리핀 엄마 두고 떠난…   


(조선일보 2018.06.16 권승준 기자)


코피노 아빠 찾는 사이트 등장

코피노 아빠 찾는 사이트 등장
코피노 아이들이 아빠를 찾습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코피노 엄마와 아이들의 사진.

이 사이트는 연락이 끊어진 한국 아버지들의 사진과 이름을 공개하며 연락해 달라고 촉구한다. / 인터넷 캡처


'만약 당신이 아래 사진의 코피노(Kopino·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아빠를 알고 있다면?

연락 부탁 드립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인터넷 사이트 '코피노 아이들이 아빠를 찾습니다'의 첫 화면에 걸려 있는 글이다.

이 사이트는 한국 남성들이 필리핀 여성, 그 아이들과 함께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그 남성들의 실명이 공개돼

있음은 물론이다. 모두 코피노 아빠들인데, 필리핀 여성과 교제해 아이를 낳은 뒤 '나 몰라라' 하고 한국에 돌아가

연락이 두절된 사람들이라는 게 이 사이트 운영자 구본창씨 주장이다.

구씨는 필리핀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다가 아이를 버린 코피노 아빠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3년 전부터 이 사이트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필리핀 여성들이 가진 아빠의 사진과 이름, 거주지 정보 등을 올리고 본인 또는 지인을 통해서라도

아이 엄마에게 연락이 닿은 경우엔 사진과 정보 등을 삭제해주는 식으로 운영된다.

지금까지 구씨의 사이트에 올라온 코피노 아빠는 총 66명. 이 중 40명은 사이트를 통해 아이 엄마에게 연락을 해왔고,

대부분은 양육비 지급 등을 합의했다고 한다.


국내외에서는 구씨의 사이트가 코피노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 현지에 설립된 아동 구호 단체 '코피노어린이재단'에 따르면 필리핀의 코피노는 2만~3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 대부분은 아빠 얼굴도 모르고 자란다는 것이 재단 측의 설명이다.

필리핀을 찾는 한국 관광객은 작년 160만명으로 필리핀 전체 관광객 중 가장 비중(24.7%)이 크고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코피노 문제도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관광뿐 아니라 사업이나 어학연수로 필리핀을 찾는 사람도 증가세다. 필리핀이 영어권 문화인데 체류 비용이 싸고,

한국과 무역 중개업 규모도 커서 장기 체류하는 한국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 엄마들이 코피노 아빠들에게 친자 확인 소송이나 양육비 소송을 거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2년 국내 법원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된경우 코피노와 해당 남성의 부모 자식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활로가 뚫렸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 법원에서 코피노 관련 소송은 60건 정도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피노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사이트에 얼굴을 올리거나 소송보다 코피노 아빠들이 자신의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라고 말했다.   

  

[Why] 노숙자 쉼터 반대한 LA 한인타운, '님비' 역풍 맞았다는데…

  
(조선일보 2018.06.16 권승준 기자)


주민들 "우리 의견도 반영해야" 노숙자 인권 단체는 맞불 집회


주민들
지난달 26일 미국 LA에서 노숙자 인권 단체 ‘쉬더즈’가 노숙자 쉼터 설치에 반대하는 한인 타운 주민들을

비판하며 맞불 집회를 연 모습. / 쉬더즈


역사적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며 미국 내 한인 사회의 지지도 이어지던 지난 12일(현지 시각) 로스앤젤레스(LA) 시청 앞에

모인 교포 250여 명은 다른 문제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한인타운(Koreatown)을 존중하지 않는

행태를 멈춰라' '우리 입을 막지 마라'는 등의 구호를 쓴 플래카드를 들고 1시간 넘게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LA시와 시 의회가 한인타운 중심가에 여성 노숙자 쉼터를 설치하기로 한 결정 과정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교포들은 한 달간 6차례 집회를 열면서 시의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한인들의 시위에 대해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비뚤어진 '님비(Not in My Backyard·기피 시설 혐오)' 심리"라는 비난 여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 2월 LA 거리에서 한 여성 노숙자가 밤사이 얼어 죽은 일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LA 시내 여성 노숙자(약 1만7000여 명)에 비해 노숙자 쉼터의 여성용 침대(586개)가 턱없이 모자란다는

지적이 나왔다. LA시는 시내 여러 지역에 노숙자 임시 쉼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고 지난달 3일 첫 쉼터 부지로 시내 사우스버몬트가(街)에 있는 주차장을 지정했다.

이곳은 LA시 소유 땅으로 한인타운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나 학교와도 가깝다.

이 계획이 발표되자 한인들은 즉각 반발했다. '시가 공청회 등 한인타운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쉼터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결정 과정상 문제뿐 아니라 한인타운에 노숙자 쉼터를 설치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다.

시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학교나 가게 근처에 노숙자 쉼터가 들어서면 교육에도 좋지 않다"

"시에서 한인타운을 우습게 보고 노숙자 쉼터를 밀어 넣으려는 것 아니냐"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LA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소셜미디어에선 '한인타운 말고 사우스센트럴(LA의 우범 지대)에 노숙자들을 가둬두라'는 등

역겹고 인종주의적인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풍이 불었다. LA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노숙자 인권 단체 '쉬더즈(She Does)'는 한인타운서 지난달 14일

"한인타운은 노숙자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었나"라는 등의 팻말을 들고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일부 한인타운 거주자도

이에 호응해 '모든 한인타운을 위한 노숙자 쉼터(Shelter for All Koreatown)'란 단체를 결성해 쉼터 설치 찬성 운동에 나섰다.

이 소식이 한국에 알려지면서 국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한국에선 집값 떨어진다고 소방서도 못 들어오게 하는데

미국에서도 저러고 있냐' '한국인들 민족 특성이 님비냐'는 등 비난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항의 집회를 주도 중인 LA한인회는 "한인타운 주민들이 쉼터 건립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 결정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인타운 주민 제임스 김(44)씨는 "'님비'냐 아니냐 문제로 논쟁하는 것보다 노숙자와 주민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해법을 시에서 찾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