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文정부, 탈원전 선언 1년] 손바닥 뒤집 듯 법정계획 무력화..탈원전 '일방통행' 여전

바람아님 2018. 6. 18. 10:11

서울경제 2018.06.17. 17:30


20년짜리 '3차 에너지기본계획'
대통령 발언따라 짜맞춰진 형식
에너지 정책 국가산업 근간인데
논의 과정 지나치게 생략돼 문제
한수원 월성 1호기 폐쇄 의결도
원안위 권한 침해 등 논란 휩싸여


 현 집권여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2012년 총선 공약으로 2024년까지 원전 14기 추가건설을 명시한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2030년까지 에너지발전량 중 원전 비율을 58%까지 확대키로 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내걸었다. 그럼에도 일부 환경단체를 제외하면 국민적 공감대는 얻지 못했다.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에서 발표한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2006년 참여정부에서부터 초안이 작성돼 2년간의 치열한 논쟁을 거쳐 발표됐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의 주장은 ‘에너지원별, 부문별 등 다른 에너지 관련 계획에 대하여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는 최상위 계획’이라고 명시된 에너지기본계획을 반대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로부터 5년이 지나고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들어선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원전 폐쇄 선포식에 참석해 ‘탈원전’을 선언했다. 이어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신고리 5·6호기까지 폐쇄하기 위해 공론화 과정을 진행했고 공론화에 참여한 국민들의 반대로 신고리 5·6호기는 건설 재개로 결정됐다. 공론화 과정에서 논란이 일자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이 아닌 ‘에너지전환 정책’이라며 정책의 이름을 수정해 국민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전문가들은 이 당시에도 “앞서 정부가 수립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무시한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전환로드맵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절차적 타당성의 부재를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이례적으로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원자력정책연대는 지난 1월 에너지전환 정책의 기본 골격을 담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 “전기사업법에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립절차에 나오는 공청회를 정상적으로 추진하지 않아 공청회가 성립되지 않는 등 정부가 위법하게 확정 공고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취소를 요구한다”고 서울행정법원에 취소 소송을 접수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정책 수립 과정이 충분한 시간과 토론 없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실제 탈원전 로드맵을 살펴보면 문 대통령이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폐쇄 선포식의 발언이 시발점이 됐고 이후 신규원전 건설 금지라는 탈원전 로드맵이 발표됐다. 이후 법정 계획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왔고 올해 말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공개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가장 최상위 에너지 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이 발표되기도 전에 하위 계획을 통해 ‘탈원전’이라는 큰 그림이 제시됐다는 점이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에 맞춰 20년 계획인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짜맞춰지는 형국”이라며 “에너지정책은 국가산업의 근간이자 동력으로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논의 과정이 지나치게 생략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15일 예정에도 없던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폐쇄를 의결한 것도 현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대하는 일방통행적 기조와 닮아 있다. 이미 8차전력수급계획에서 월성 1호기는 발전원에서 빠진데다 수익성이 악화 됐다는 게 한수원의 설명이지만 국민 혈세 6,000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수명연장이 결정된 월성 1호기를 폐쇄하면서 원전 사업자에 대한 보전 금액조차 제시하지 않은 정부와 한수원의 결정은 무리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수명연장을 결정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6·13 지방 선거에서 압승한 정부가 탈원전을 밀어붙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수원 이사회는 정부가 건설을 않기로 한 신한울 3·4호기 백지화는 의결하지 않았다. 한수원 이사회는 신한울 3.4호기는 이미 인허가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법률적 검토 등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노조 등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의 매몰비용은 1,628억원으로 추정된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한울 3·4호기 폐쇄 과정에선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돼야 한다”며 “수천억 국민의 혈세 들어가야 하는 만큼 손실비용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