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8.07.30. 21:20
민중이 그린 소박한 그림. 못 그렸지만 우리 그림이기에 사랑해야 할 그림…. 민화에 대한 대중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막한 김세종 민화컬렉션 ‘판타지아 조선’은 민화에 대한 기존의 관념에 반기를 든다.
김세종 평창아트갤러리 대표가 20년간 수집해온 조선 후기 민화 중 70여점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판타지아 조선’전을 통해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김 대표는 “조선 민화는 기존질서를 탈피한 조형언어의 형태로 현대미술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화조인물도(왼쪽부터),관동팔경도, 구운몽도.예술의전당 제공 |
18세기 후반 시장경제가 발달하면서 새로운 부유층이 생겨나고 이들의 수요로 ‘민화’가 등장했다. 쇠락이 아닌 기존 궁중화·문인화의 정신과 형식을 해체한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이는 시민사회의 등장과 함께 고전주의 양식이 깨지면서 개성적인 시각과 입체파, 다다이즘 등 해체의 시선이 등장한 서구 미술사의 흐름과도 맥락이 같다.
민화를 찬찬히 살펴보면 해체된 시선과 창의적 재해석의 파격을 쉽게 만날 수 있다.
19세기 후반 작품으로 추정되는 ‘관동팔경도’는 실경의 생동함도, 문인화의 의취도 찾아볼 수 없다. 산세의 구도가 전통적인 삼원법을 완전히 거스르며 붉은 산과 파란 산이 공존한다. 상상의 구성이며 학습되지 않은 필법이다. 다수의 책거리 그림에서 역시 뒤를 좁게 그리는 원근법을 무시하고 책장의 앞을 더 좁게 그린 자유로운 시각이 발견된다.
‘황당한 구성과 조야한 필법’으로 폄하됐던 민화는 현대적 미감의 기준에서 볼 때 기존질서를 탈피한 조형언어의 한 형태로 재평가되며 전통 서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효제충신 예의염치’ 여덟 자를 소재로 그린 문자도 역시 참신한 해석과 해학이 돋보인다. 예로 ‘충’자의 경우 가운데 부분이 용에서 새우로 단순화되는데, 이 새우도 그림마다 형태와 색채, 느낌이 모두 다른 개성을 지닌다. 김 대표는 “민화를 역사와 민족감정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예술 그 자체로 평가해야 한다”며 “문자도의 새우만 모아서 봐도 앤디 워홀 뺨치는 팝아트적 요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민화는 대중이 좋아한 그림이며 누구든 창작주체가 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민화를 그리고 시장에 유통하는 일의 중심에는 엄연히 민화전업가가 존재했다. 그중 수요가 높은 작가의 그림은 본(本)그림이 제작되어 널리 유통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작가라도 이름이 밝혀진 이는 거의 없다. 김 대표는 “이들은 무명이 아니라 익명을 요구한 프로작가들이라 부르는 편이 더 옳다”며 “조선왕조의 끝자락에 천재 민화가 몇 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여년간 민화를 수집하며 비교해본 결과 같은 작가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문자도, 책거리, 화조, 산수, 삼국지, 구운몽, 까치 호랑이, 무속화 등 민화만을 집중적으로 수집한 김 수집가의 소장품 중 70여점을 엄선해 처음 일반에 공개한다. 전시는 8월 26일까지 이어진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김세종민화컬렉션 - 판타지아 조선
SAC 기획
기간 | 2018.07.18(수) ~ 2018.08.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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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 11:00-20:00 (입장마감 오후 7시) ※ 휴관일 7/30(월) |
장소 | 서울서예박물관 현대전시실 1 (2층),현대전시실 2 (2층),현대전시실 3 (2층),실험전시실 (2층) |
관람등급 | 전체관람 |
장르 | 전시 |
가격 | 일반(만 19세이상) 8,000원 / 청소년(만 13세-18세) 5,000원 / 어린이(만 7세-12세) 3,000원 |
주최 | 예술의전당,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문의 | 02-580-1300 |
후원/협찬 | 협찬 : JB금융지주, (주)광주은행, 석파문화원 / 협력 : 갤러리현대, (주)피제이팩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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