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전시·공연

"창시자 앤디 워홀 뺨치는 조선의 팝아트 '민화'"

바람아님 2018. 7. 31. 10:22

세계일보 2018.07.30. 21:20


예술의전당 '판타지아 조선'展 /
민화에 대한 기존 개념과 해석에 반기 /
18세기 전통 서화 해체한 新사조로 봐 /
서구 미술사의 흐름과도 궤적 같이 해


민중이 그린 소박한 그림. 못 그렸지만 우리 그림이기에 사랑해야 할 그림…. 민화에 대한 대중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막한 김세종 민화컬렉션 ‘판타지아 조선’은 민화에 대한 기존의 관념에 반기를 든다.

         
20년 가까이 민화를 수집한 김세종 평창아트갤러리 대표는 “민화는 조선 시대 봉건질서의 해체와 전환현상을 정확하게 담아낸 조형언어이자 현대미술의 극치”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미술사에서 민화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진 이유는 연구자나 감상자들이 조선 문인 사대부의 관점에서 그림을 봤기 때문이며, 민화를 이제 세계 보편적인 미술사의 흐름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세종 평창아트갤러리 대표가 20년간 수집해온 조선 후기 민화 중 70여점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판타지아 조선’전을 통해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김 대표는 “조선 민화는 기존질서를 탈피한 조형언어의 형태로 현대미술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화조인물도(왼쪽부터),관동팔경도, 구운몽도.예술의전당 제공
         
조선 시대 수묵의 전통은 17세기 후반 겸재 정선으로부터 단원 김홍도로 이어지는 ‘실경의 시대’로 정점을 이루었다가 19세기 이후 관념적인 산수로 쇠락하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다. 조선 미술을 사대부의 문인화와 왕조시대 화원체계에 근거해 해석한 것이다.


18세기 후반 시장경제가 발달하면서 새로운 부유층이 생겨나고 이들의 수요로 ‘민화’가 등장했다. 쇠락이 아닌 기존 궁중화·문인화의 정신과 형식을 해체한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이는 시민사회의 등장과 함께 고전주의 양식이 깨지면서 개성적인 시각과 입체파, 다다이즘 등 해체의 시선이 등장한 서구 미술사의 흐름과도 맥락이 같다.

민화를 찬찬히 살펴보면 해체된 시선과 창의적 재해석의 파격을 쉽게 만날 수 있다.


19세기 후반 작품으로 추정되는 ‘관동팔경도’는 실경의 생동함도, 문인화의 의취도 찾아볼 수 없다. 산세의 구도가 전통적인 삼원법을 완전히 거스르며 붉은 산과 파란 산이 공존한다. 상상의 구성이며 학습되지 않은 필법이다. 다수의 책거리 그림에서 역시 뒤를 좁게 그리는 원근법을 무시하고 책장의 앞을 더 좁게 그린 자유로운 시각이 발견된다.

‘황당한 구성과 조야한 필법’으로 폄하됐던 민화는 현대적 미감의 기준에서 볼 때 기존질서를 탈피한 조형언어의 한 형태로 재평가되며 전통 서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효제충신 예의염치’ 여덟 자를 소재로 그린 문자도 역시 참신한 해석과 해학이 돋보인다. 예로 ‘충’자의 경우 가운데 부분이 용에서 새우로 단순화되는데, 이 새우도 그림마다 형태와 색채, 느낌이 모두 다른 개성을 지닌다. 김 대표는 “민화를 역사와 민족감정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예술 그 자체로 평가해야 한다”며 “문자도의 새우만 모아서 봐도 앤디 워홀 뺨치는 팝아트적 요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민화는 대중이 좋아한 그림이며 누구든 창작주체가 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민화를 그리고 시장에 유통하는 일의 중심에는 엄연히 민화전업가가 존재했다. 그중 수요가 높은 작가의 그림은 본(本)그림이 제작되어 널리 유통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작가라도 이름이 밝혀진 이는 거의 없다. 김 대표는 “이들은 무명이 아니라 익명을 요구한 프로작가들이라 부르는 편이 더 옳다”며 “조선왕조의 끝자락에 천재 민화가 몇 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여년간 민화를 수집하며 비교해본 결과 같은 작가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문자도, 책거리, 화조, 산수, 삼국지, 구운몽, 까치 호랑이, 무속화 등 민화만을 집중적으로 수집한 김 수집가의 소장품 중 70여점을 엄선해 처음 일반에 공개한다. 전시는 8월 26일까지 이어진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김세종민화컬렉션 - 판타지아 조선

SAC 기획

기간 2018.07.18(수) ~ 2018.08.26(일)
시간 11:00-20:00 (입장마감 오후 7시)  ※ 휴관일 7/30(월)
장소 서울서예박물관 현대전시실 1 (2층),현대전시실 2 (2층),현대전시실 3 (2층),실험전시실 (2층)
관람등급 전체관람
장르 전시
가격 일반(만 19세이상) 8,000원 / 청소년(만 13세-18세) 5,000원 / 어린이(만 7세-12세) 3,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의 02-580-1300
후원/협찬 협찬 : JB금융지주, (주)광주은행, 석파문화원 / 협력 : 갤러리현대, (주)피제이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