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1.10 이해인 기자)
진도7, 무엇이 생사를 갈랐나
NHK 특별취재팀 지음 | 김범수 옮김 | 황소자리 | 232쪽 | 1만5000원
1995년 1월 17일 새벽 5시 46분. 규모 7.3의 지진이 일본 고베시를 덮쳤다.
사람들은 그저 막연하게 고베 대지진 당시 건물 붕괴와 화재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지진 발생 21년 만에 일본 NHK 특별취재팀이 지진 당일 사망한 5036명의 시체검안서를 입수했다.
시간대별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죽음을 들여다본다. 이들은 왜, 어떻게 죽었을까?
1시간 이내에 죽은 사람 3842명.
이 중 순식간에 죽음에 이른 압사(壓死)는 276명에 그쳤다. 나머지는 질식사다.
물건에 깔려 숨을 못 쉬다 서서히 죽어갔다. 시신을 확인한 유가족은 너무 깨끗한 상태에 놀라기도 한다.
가슴뼈나 갈비뼈가 부러지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1시간 이후 5시간 사이에는 화재 때문에 죽었다.
취재팀은 20년 전 기사를 찾고,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 불의 원인을 찾는다.
사람들은 정전됐던 상황에서 다시 전기가 들어온 직후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증언한다.
5시간 이후 질식 위험과 화재에도 살아남은 사람들도 결국엔 죽었다. 교통 체증이 빚은 비극이다.
당시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소방관은 8㎞ 가는 데 3시간이 걸렸다고 말한다.
취재팀은 당시 항공사진을 구해 이어 붙여 정체의 이유를 밝혀낸다.
우리가 다 안다고 착각하는 사이 재해는 일어나고 같은 죽음은 반복된다.
사고 직후에는 복구와 재건이 제일의 과제다.
취재팀은 시간이 흐른 뒤 차분하게 재난의 원인을 찾아 보도하는 것이 방재(防災)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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