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책·BOOK

가짜뉴스 시대에서 살아남기 외

바람아님 2018. 11. 10. 07:28


더 교묘해지는 가짜 뉴스… 그대로 희생양이 될 것인가


(조선일보 2018.11.10 신동흔 기자)


가짜뉴스 시대에서 살아남기가짜뉴스 시대에서 살아남기

류희림 지음 | 글로세움 | 296쪽 | 1만5000원


가짜 뉴스(fake news)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인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 발전과 함께 진화해왔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던 양치기 소년 우화는 고대로부터 잘못된 정보가 인간 사회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일깨워준다.


거의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미디어가 권력의 통제에서 벗어난 요즘 오히려 가짜 뉴스가

더 범람하는 현실은 역설적이다. 정치적 억압이 심했던 과거에 '자유 언론'이 소중했다면,

1인 미디어를 포함해 아무나 뉴스를 만들 수 있게 되자 가짜가 진짜를 위협하고 있다.


기존 언론도 자극적 제목이나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힌 표현, 통계에 대한 무지 등 비판받을 점은 많았다.

하지만 그들에겐 '사명감'이 존재했다. '공정성' '객관성'이란 명분으로 뉴스를 걸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억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오로지 재미와 흥미만이 유일한 기준이 된 것 같다.

안타깝게도,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가짜 뉴스는 더 교묘한 방법으로 이 세상을 맴돌 것이다.

이 책은 '가짜'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한 참고서 역할을 충분히 해준다.



'미망인' '각하' '정상인'… 아직도 이런 표현 쓰세요?


(조선일보 2018.11.10 김태훈 기자)


언어의 줄다리기언어의 줄다리기
신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304쪽 | 1만6500원


언어는 한 사회의 가치관을 비추는 거울이다.

가령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란 뜻을 가진 '미망인(未亡人)'은 어째서 '남편과 사별한 여자'를

지칭하는 단어로 쓰이는가. '남편이 죽으면 따라 죽어야 마땅하다'는 강요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이 표현은 가부장적 가치의 퇴조와 함께 이제는 잘 쓰이지 않는 어휘가 됐다.


고려대 국문과 교수인 저자는 우리말에 숨은 언어의 이데올로기를 드러내 가차없이 비판한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대통령 뒤에 붙었던 경칭 '각하(閣下)'는 원래 봉건사회 귀족에게

붙이던 호칭이었다. 저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천명한 헌법 정신과 각하라는 단어는 양립할 수 없는

관계라고 단언한다.


시대가 바뀌면 새로운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어휘가 낡은 가치를 담은 표현을 몰아낸다.

그때까지는 언어의 경기장에서 어휘의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이 책에선 10개 경기장에서 어휘끼리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

'대통령 각하'와 '대통령님'의 줄다리기는 수평적 리더십을 지향하는 '대통령님'의 승리로 끝났다.

반면 '정상인'과 '비장애인', '미혼'과 '비혼'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땅을 치며 울던 백성의 눈물… 그것이 쌓여 역사가 되었다


(조선일보 2018.11.10 표태준 기자)


땅의 역사 1·2땅의 역사 1·2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336·352쪽 | 1만6000원·1만6500원


강화도 나문재 풀밭은 피를 뿌린 듯 붉다. 강화도 노인들은 이를 '경징이풀'이라 부른다.

이야기는 1636년 겨울 병자호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한산성 사령관 김류의 아들 김경징이 배를 모아 그의 가족과 친구를 건너게 하고 두려움에

다른 이는 건너지 못하게 했다. 배가 없는 백성들은 나문재 풀밭에서 추위에 떨며 굶주리다

적병에 모두 죽었다. "경징아, 경징아. 네가 이럴 수 있느냐…"라고 원망하며.


조선일보 여행전문기자인 저자가 연재했던 '땅의 역사'를 책으로 묶었다.

신문 한 면에 담을 수 없던 이야기를 재구성해 깊이를 더했다.

책은 1권 '소인배와 대인들', 2권 '치욕의 역사, 명예의 역사'로 구성돼 있다.

책을 읽는 마음이 편친 않다. 대인보다는 알려지지 않았던 소인배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눈이 쏠린다.

그들의 이기와 무능에 백성들은 땅을 치며 울었다. 그 눈물이 쌓여 땅의 역사가 됐다.


저자는 낯뜨거워 숨겨왔던 한반도의 지층(地層)을 끄집어내 독자들 앞에 내놓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옛날에 벌어진 추함을 알아야 비겁함과 무능, 실리 없는 명분으로 행했던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