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8.18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읽거나 말거나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지음|최성은 옮김|봄날의 책|460쪽|2만원
199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1923~2012)는 요즘 한국 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시인으로 꼽힌다.
심보르스카는 "책을 읽는다는 건 인류가 고안해낸 가장 멋진 유희"라며
"몽테뉴가 주장한 것처럼 독서는 다른 어떤 놀이도 제공하지 못하는 자유,
즉 남의 말을 마음껏 엿들을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해준다"고 했다.
이 책은 시인이 1967~2002년 발표한 서평 모음집이다.
엄숙하게 필독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재치와 웃음이 섞인 독서 칼럼이고,
때로는 책의 결함도 제시하면서 독자가 읽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심보르스카는 폴란드어로 번역된 '춘향전'도 읽었다.
그녀는 '춘향전'의 행복한 결말을 두고 "동화와 민담은 결코 현실의 삶에 완전히 항복하는 법이 없고,
정반대로 틈만 나면 훨씬 나은 자신의 해결책을 제시해 현실을 난처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그녀는 '오페라 가이드'란 책을 읽고선 "나는 오페라를 숭배한다.
그것이 진짜 인생이 아니기에"라며 "나는 인생을 숭배한다.
그것이 때로는 진짜 오페라이기에"라고 했다.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의 '일기'에선 인간의 내밀한 약점을 발견했다.
"결론적으로 고백하면 토마스 만은 분명히 천사가 아니었다"면서도
"천사에 의해 창조된 문학이란 게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라고 묻는다.
"나를 매료시키고, 가슴 뛰게 만들고, 감동시키고, 생각에 잠기게 만들고,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었던 문학은 전부 다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필멸의 존재가 생산해낸 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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