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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의 반란

바람아님 2018. 11. 4. 17:39

(조선일보 2018.11.03)


아웃사이더의 반란


아웃사이더의 반란

아웃사이더의 반란

스티브 리처즈 지음/ 장서연 옮김/ 지식의날개/ 376 p/ 1만8000원.


보수·진보든 정계에서 아웃사이더가 나타나 약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웃사이더의 전형이다.

트럼프는 자신을 '반(反)정치 인사'이자 국민을 대변하는 아웃사이더로 묘사하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정치 경험 부족을 오히려 권력 획득의 자질이 있는 것으로

둔갑시켰다. 아웃사이더는 세계적 영향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추천평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어떻게 가능했나

 

영국 정치 평론가 스티브 리처즈가 저술한 이 책은 지난 10여 년간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 아웃사이더 정치인과

정당이 급증한 이슈의 중요성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지은이의 한국어판 서문과는 다르게, 아직 아시아 민주주의에서 이런 움직임은 본격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있기에

(두테르테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필리핀은 예외일 수도 있다.),

한국의 독자는 이 책에서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브렉시트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같은 역사적 변환점의 기초적인 해석을 원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아주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다.


리처즈는 정치학자는 아니다. 언론인이자 텔레비전 진행자로 편안하고 일상적인 언어를 구사한다.

특별한 해석이라거나 형식적인 이론 혹은 구도를 만들어 내는 일은 거의 없다.

대중 독자들도 한달음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주된 논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서구 시민을 과격한 유권자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중도 진보 정당은 전형적인 케인스 학설을 바탕으로 잇달아 일어나는 움직임에 대항하려 했으나,

유권자들은 계속되는 적자 예산 속에 너무 커져 버린 정부의 과도한 부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중도 보수 정당은 예산 삭감과 증세를 설파하면서 균형 재정을 이루고 그들의 원칙을 통해 시장에 깊은 인상을

남기려 했으나 도리어 유럽연합의 일부 회원국에서 실업률만 치솟게 하고 말았다.


가장 큰 문제는 보수건 진보건 관계없이, 금융위기에 가장 많은 책임이 있는 엘리트 금융인을 처벌하려 하지도,

처벌하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기성 주류 정치인은 건드리기 어렵다거나, 부에 사로잡혀 있다는 인식은 극단주의적인 아웃사이더로 하여금

급진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통로를 넓게 확산시켰다.

충격적인 경제적 혼란은 인종과 이민이라는 높아져 가는 불안과 마주해 있다.

2050년이면 미국에서 백인이 소수 민족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예측과, 유럽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난민 위기와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는 사람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버렸다.


경제와 문화적 불안감의 합류 지점은 특히 우파 아웃사이더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그중 가장 눈에 뜨이는 사람이 바로 트럼프다.

리처즈는 좌파 아웃사이더의 움직임 또한 중도 진보보다 한 발 앞섰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샌더스, 그리스의 시리자, 스페인의 포데모스 등을 사례로 제시한다.

그러나 아웃사이더의 반향은 역시 우파에서 더욱 강력하다.

대체로 진보주의, 긴축 반대 정당은 유럽 중앙은행과 독일의 통화주의 정책을 약화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 사이 우파 아웃사이더는 더 성공했고, 더 위험해졌다.


리처즈는 아웃사이더와 극단주의 정당이 언젠가는 빛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 또한 그렇게 본다.

그가 말했듯 트럼프와 아웃사이더를 흥미롭게 만들어 준 요소는 그들이 주류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는 반체제의 화신이었다면, 지금은 미국 대통령으로 전형적인 기득권층의 입장에 서 있다.

그는 다시는 선거에서 반체제를 내세울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아웃사이더라는 위치 자체가 자멸하도록 만드는 성격을 가진다.

아웃사이더가 정부를 구성하는 순간, 그들은 오늘날 패배한 중도 정당들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거래하고

또 타협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또 다른 쟁점은 아웃사이더들이 과연 통치자로서 자격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은 1970년대처럼 영국 철도와 다른 산업들을 다시 국유화하고 싶어 한다.

시리자는 유로 위기를 촉발시키는 데 한몫했던 그리스의 과도한 부정부패를 완전히 무시하고 싶어 했다.

트럼프는 가장 최악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는 무시해도 좋을 만큼(실제로는 그럴 수 없겠지만) 그냥 자격이 없다.


《아웃사이더의 반란》은 오늘날의 정치에 관한 다양한 생각과 주장, 이를 뒷받침하는 주요 논거들로 가득 차 있다.

미국과 영국 이외에도 더 많은 사례가 포함되었다면 더 나았겠지만,

왜 이렇게 갑작스레 서구 정치가 격렬해졌는지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스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