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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늑대를 통해 인간의 삶을 성찰하다

바람아님 2018. 11. 4. 18:25

(월간산 2018.09.19 글 서현우 기자)


늑대를 통해 인간의 삶을 성찰하다
엘리 H.라딩어 지음. 전은경 옮김. 생각의 힘. 292쪽. 1만 7,000원.


현대 한국사회는 이른바 불신사회다.

압축 성장을 거듭한 개발독재시기를 거치며 싹튼 물질만능주의의 병폐가

현재도 결과주의로 남았고, 이로 인해 불법과 반칙이 일상화한 사회가 되었다.

사회적 신뢰의 중요성은 사회적 자본이라는 이름하에 지속적으로 강조돼 왔지만,

이미 저신뢰사회인 한국사회에서는 게임이론 상 ‘매파’가 ‘비둘기파’에게 전하는

프로파간다로 받아들여질 뿐이었다.


 인터넷의 발달도 관계를 양적으로는 확장시켰지만, 질적으로 향상시켰다고는

보기 어렵다. 전인적인 관계를 형성하기보다 서로 인위적으로 파편화된 자아로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각박해지고 개인화된 삶이 만연한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점점 ‘가족’의 정의가 협소해지고 있다는 정부의 <가족실태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럼에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살아가야 한다.

저자는 놀랍게도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는 방법을 같은 인간이 아니라 늑대에게서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늑대들만큼 인간과 비슷한 사회적 행동을 하는 동물이 없으며,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인간보다 더 능숙하고

더 현명하며 더 ‘인간적’이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우선 늑대들은 서로를 돌본다. 하나의 무리를 이루고 사는 늑대들은 리더 늑대 한 쌍을 중심으로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살아간다. 온 가족이 힘을 합쳐 새끼를 기르고, 다친 늑대를 돌보며, 늙어서 스스로 먹이를 조달할 수 없는

늑대를 먹인다. 사심 없이 이타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서로를 돌본다.


저자는 이를 토대로 “흔히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침팬지를 꼽지만, 이러한 ‘돌봄’의 특성으로 인해 늑대야말로 인간과

가장 큰 공통점을 가진 동물”이라고 주장한다. 수컷 영장류는 새끼에게 먹이를 주거나 늙은이를 돌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늑대들의 행동은 인간과 비슷한 점이 많다.

늑대는 배려심 깊은 가족 구성원이고, 권위를 지녔으나 공정한 리더이며, 공감 능력이 있는 조력자이자 일탈하는

사춘기 소년 또는 장난이 심한 익살꾼이다. 늑대는 고통과 슬픔, 기쁨과 책임감을 모두 느낀다.

심지어는 슬퍼할 뿐만 아니라 번민으로 죽을 수도 있다.


캐나다 밴프국립공원에서 암컷 리더 늑대가 죽자 본래 건강했던 수컷 리더 늑대가 별다른 외상 없이 사체로 발견된 적이 있다.

캐나다 생물학자 폴 파케는 수컷 늑대의 사인을 상심傷心이라고 진단했다. 리더를 잃은 무리도 방황하며 슬퍼하다

결국 새로운 리더 한 쌍을 다시금 선출해 새로운 서식지로 떠나갔다고 한다. 무척이나 ‘인간적’인 모습이다.


책에 담긴 늑대의 원칙은 간단하다.

‘당신 가족을 사랑하라, 당신에게 맡겨진 이들을 돌보라, 절대 포기하지 말라, 노는 일을 결코 중단하지 마라.’

현재 삶과 관계에 있어 고민과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늑대의 지혜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늑대의 존재로부터 인간 실존의 의미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