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敵에게 평화를 구걸하다 몰락한 宋나라

바람아님 2018. 11. 4. 09:42

(조선일보 2018.11.03 유석재 기자)


대송 제국 쇠망사대송 제국 쇠망사
자오이 지음 | 차혜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480쪽 | 2만7000원


서기 1004년 요나라 대군이 송나라 수도 근처까지 진격해 오자 황제 진종은 협상 끝에

'전연의 맹'으로 알려진 강화조약을 맺는다. 요군이 철수하는 대신 송은 매년 30만냥 상당의

비단과 은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송나라는 이것을 굴욕 외교가 아니라 '풍요로운 대국이 보잘것없는 거란족에게 약간의

군비를 보태주는 너그러운 태도'라고 자위했다.

나아가 '오랑캐가 무력으로 위협하면 돈으로 해결하면 그만'이라는 관념이 생겨났다.


100여 년 후인 1123년 송나라는 이번엔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와 교섭에 들어갔다.

화의 결과 요나라에 지급하던 공물을 금나라에 돌리고도 국토의 상당 부분을 잃었다.

1126년 마침내 금나라 군대가 코앞에 쳐들어오자 황제 흠종의 주변에는 혼란을 틈타 잇속을 챙기려는 무리와

'땅을 내주고 화친을 청하자'는 자들뿐이었다. 황제는 이듬해 초 포로 신세가 됐다. '정강의 변'으로 알려진 이 사건으로

북송의 역사는 끝나고, 흠종의 동생 고종이 남쪽에서 재건한 남송은 1279년 몽골군에게 멸망한다.

난징대 고전문헌대학원 교수인 저자 자오이(趙益)는 이 책(원제 '西風凋碧樹:大宋帝國的衰亡')에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처럼 한 거대한 제국의 몰락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서술한다.  무력 대신 문치(文治)를

앞세워 태평성대를 누리던 통일 왕조 송나라는 지나치게 많은 관리와 병사들의 급여 지급, 세수(稅收) 부족으로

재정 위기에 시달렸고, 변법의 실패와 권력의 남용, 어리석은 외교 정책의 실패로 파국을 향해 치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