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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연필은 육각형, 색연필은 동그란 이유 아시나요

바람아님 2018. 11. 12. 09:20

(서울신문  2018-10-11)


연필은 육각형, 색연필은 동그란 이유 아시나요

 
문구의 과학

와쿠이 요시유키·와쿠이 사다미 지음/최혜리 옮김/유유/272쪽/1만 5000원


누구에게나 문구에 얽힌 추억이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두근거리며 골라 담아오던 새 공책들이나 이상하게도 자꾸

사라져서 매번 새로 사야 했던 지우개에 관한 기억, 수능 날 자꾸 부러지는 샤프심

때문에 초조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어른이 돼도 책상 위에는 종류만 다른 문구들이

가득 자리잡는다. 볼펜, 가위, 클립, 스테이플러, 출력물을 보관하는 파일.

이런 일상의 문구들은 너무나 익숙해서, 원래 그 자리에 그렇게 존재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물건들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 한번쯤 궁금했던 적이 없는가.


‘문구의 과학’은 우리가 익숙하게만 여겨 왔던 문구의 과학을 탐구하는 책이다.

왜 연필은 매끄러운 표면에 글자를 쓰지 못할까.

지우개는 어떻게 연필로 쓴 글자를 지울까. 가루가 나오지 않는 지우개를 만드는 건

불가능할까. 단순해 보이는 질문 뒤에는 분자 수준의 원리가 숨어 있다.

저자들은 쓰기의 기술, 지우고 붙이는 기술, 종이의 기술 등으로 분류한

문구 용품 하나하나에 관해 질문을 던지며 과학적 원리를 풀어 나간다.


시작은 가장 오래된 문구, 연필이다.

연필과 색연필을 나란히 놓고 보면, 대부분의 연필이 육각형인데 반해 색연필은 동그랗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연필은 세 손가락으로 쥐기 때문에 3의 배수인 육각형이 쓰기 편리하지만

색연필은 다양한 방법으로 쥘 수 있는 둥근 모양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성질의 차이도 있다. 색연필의 심은 안료와 염료, 접착제 등 흑연보다 훨씬 많은 성분이 섞여 있어서 연필심처럼

단단하게 구울 수가 없다. 그래서 동그랗게 심을 감싸 충격을 균등하게 분산한다.

특별한 이유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소한 차이들이 실은 모두 의미가 있는 셈이다.


문구의 세계에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이 시도되고 있다.

기존 스테이플러와 달리 침을 납작하게 접는 ‘플랫 클린치’가 그 예다.

수십명에게 나눠 줄 종이를 스테이플러로 철하다 보면 평평하게 쌓이지 않아 서류가 자꾸 미끄러진다.

하지만 플랫 클린치를 쓰면 많은 종이 묶음도 안정감 있게 쌓인다.

그 외에도 심이 자동으로 회전하며 균일한 굵기를 유지하는 샤프, 지우개로 지워지는 볼펜과 색연필처럼

발전을 거듭하는 문구 용품들이 책에서 소개된다.


때로 과학기술의 발전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와는 조금 멀리서 일어나는 일 같다.

그러나 저자들은 항상 우리 옆에 있는 문구가 바로 과학기술의 박물관이라고 말한다.

늘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문구들.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책상 위의 볼펜 한 자루도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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