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2.04 백수진 기자)
에세이 '나는 더 이상…' 국내 출간
美 전역에 '미투' 운동 촉발한 그레천 칼슨
2016년 미국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그레천 칼슨의 폭로에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폭스뉴스 CEO 로저 에일스의 성적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는 것.
에일스는 폭스뉴스의 창립자이자 워싱턴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거물급 언론인이었다.
칼슨을 시작으로 동료 앵커들의 증언이 하나둘 쏟아졌고 에일스는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이 사건은 미국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칼슨은 미국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다.
칼슨의 이야기는 니콜 키드먼 주연으로 영화화될 예정이다.
칼슨은“아이들에게 사람 외모가 아닌 내면을 보라고 가르친다”며
“이는 스스로 자존감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Brigitte Lacombe
그레천 칼슨(52)의 에세이 '나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했다'(문학수첩)가 최근 국내 출간됐다.
이메일로 만난 칼슨은 결심의 순간을 떠올리며
"가만히 있으면 25년간 공들여 쌓아온 내 경력을 빼앗기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처음부터 환영받진 않았다. 폭로 후 그에게 돌아온 건 "너처럼 못생긴 여자를 누가 성희롱하겠어?"
"우는소리 그만하고 어른스럽게 넘겨" 같은 메시지들이었다.
"혼자 절벽에서 뛰어내린 것 같았어요. 1분, 1시간, 하루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죠.
내 인생에서 벌어진 일 중 가장 두려운 일이었어요."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그레천 칼슨. /TIME
칼슨의 사건은 미국 전역의 가정과 직장에서 성희롱과 성차별에 관한
대화의 물꼬를 텄다.
그는 수천 명의 여성이 보내온 성희롱과 고통, 싸움에 관한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과 엮어 책을 냈다.
'다 친해지자고 그러는 거잖아요?'
'왜 이제서야 얘기하죠?' 같이 성희롱 피해자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질문에 대해
그는 답한다.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우리는 모두 사나워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기억해라. 당신은 성희롱을 부탁한 적이 없다. 굳이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
분노한 여성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그는 남성들에게도 "동료인 여성들을 위해 싸워달라"고 부탁한다.
"'제 딸을 위해 당신이 해준 일에 대해 감사하다'는 남성들의 응원이
굉장한 힘이 됐어요. 젊은 남성들,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진정한 변화가 옵니다." 그는 '미투'를 핑계로 여성들을 모임에서 배제하는 '펜스 룰'에 대해선
"손쉬운 방법처럼 보이겠지만 이는 사회를 수십 년 전으로 되돌려놓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칼슨은 스탠퍼드대학을 수석 졸업했고, 1989년 미스 아메리카로 선발됐다.
올해 미스 아메리카 대회 최초의 여성 조직위원장을 맡아 97년 전통이었던 수영복 심사를 폐지했다.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어요. 위원회는 더는 외모로만 후보자들을 선발하지 말아야 한다고 합의했고,
자연스럽게 수영복 심사 폐지가 결정됐죠." 그는 "100년 동안 미스 아메리카가 진화해온 역사는
미국 사회에서의 여성 권리가 발전해온 과정과 같다"면서
"미스 아메리카 2.0은 새로운 미래의 여성 리더들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시 언론인으로 복귀해 활동할 계획이다. 일하는 엄마에게 가해지는 과도한 요구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해 죄책감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은 엄마들에겐 욕설과 같아요.
제가 일하고 있을 땐 아이들에게 100% 에너지를 주지 못하고,
아이들과 있을 땐 일에 100% 투자하지 못하는 건 당연해요. 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했다 (원제 Be Fier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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