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근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안보동맹국 정부와 기업에 화웨이의 5세대(G) 통신장비를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미국은 이미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언제든 악용될 수 있다며 사용을 금지했다. 중국 정부가 도청이 가능한 백도어(해킹 프로그램)를 통신장비에 숨겨 놓으라고 사실상 지시하면 화웨이는 이를 거절할 수 없다는 것. 미국은 주요 안보동맹국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반(反)화웨이 전선 구축에 나선 셈이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의 유착설을 강력히 부인한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화웨이의 최고경영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 이 회사가 사실상 중국 국가의 소유이고 좁게는 중국 공산당 소유로 인민해방군과 한 몸 혹은 군산복합체라고 보는 이유이다. 특히 시진핑 시대에 들어 국진민퇴(國進民退), 즉 국유기업이 약진하고 민영기업이 후퇴하면서 기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를 견제하는 것을 양국 간 기술 분야 무역전쟁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미 통신장비 분야 세계 1위인 화웨이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모세혈관이 될 5G 통신망 장비를 전 세계에 공급하는 것을 미국이 마냥 보고만 있을 순 없다는 거다. 미국은 화웨이뿐 아니라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선봉에 선 푸젠진화반도체에 미국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도 금지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등 차세대 기술 전체에 자국 부품 수출을 금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첨단산업의 주도권 싸움이 군사력과 직결되는 21세기, 주요 2개국(G2) 패권 전쟁의 한 단면이다.
정세진 논설위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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