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8.12.25. 06:00
중국은 산타클로스 인형 판매 단속
"크리스마스를 살려내겠다" 미국선 대선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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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위해 1년을 기다렸어"
영국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연중 최대 축제입니다. 크리스마스 하루를 위해 1년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근로자 대부분이 25일부터 1월 1일까지 일주일 간 휴식을 취하고, 학생들은 크리스마스를 포함해 2주 가량 '크리스마스 방학' 기간을 갖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기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12월 한 달 전체가 '크리스마스달'인 셈입니다.
이렇게 크리스마스를 대대적으로 기념할 수 있는 것은 2004년 제정된 '크리스마스 영업법(Christmas Day Trading Act)' 덕분인데요. 이 법에 따르면 매장 면적 280㎡(약 85평) 이상의 상점은 크리스마스에 영업을 할 수 없습니다. 법을 어기면 최대 5만 파운드(약 7128만원)의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가족들과 더불어 크리스마스를 즐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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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압'과 '유화'의 반복…다시 시작된 빙하기
중국인들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까요. 일단 올해는 중국 거리에서 산타클로스 인형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10월 열린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하 전대)에서 시진핑 주석이 “중국 문명의 위대한 부활”을 주창하며 종교·사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공산당이 수십년 간 ‘채찍’만 휘두른 것은 아닙니다.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엔 제한적이나마 종교에 대한 관용정책이 실시됐습니다. 정부에 협조하는 범위 하에서 공개적인 종교 활동을 인정해주기도 했고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TV에서 크리스마스 전야 길거리의 넘치는 인파를 전하는 뉴스를 볼 수 있었죠.
부정할 수 없는 것은, 2016년 시진핑 주석이 “확고한 마르크스주의 무신론자만이 공산당원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당국이 대대적인 ‘종교 단속’에 나섰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9일 중국 쓰촨성에선 경찰이 지하 교회를 급습해 목사와 신도 100여 명을 체포했습니다. 앞서 지난 9월에도 베이징 경찰이 중국 최대 개신교 교회인 '시온'을 폐쇄하는 일이 있었죠. 다시 '빙하기'가 시작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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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감방 가는 나라
무슬림 국가들이야 말할 것도 없겠죠. 사우디아라비아 세관 당국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한 트위터 유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는 것이 불법이냐”고 물었고 이에 당국이 “왕가의 원칙에 따라 크리스마스 트리는 금지됐다”고 답변했는데, 이것이 논란을 일으킨 겁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면 감옥행인 나라, 브루나이도 있습니다. 브루나이의 국왕은 3년 전 “무슬림이 아닌 사람은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수 있으나 공공장소에서 해서는 안 되고, 무슬림에게 크리스마스 계획도 귀띔해선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행위를 하면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선포했습니다. 물론, 캐롤도 안 됩니다.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라 부르지 못하고…
종교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넘어온 개척자들이 세운 미국에서도 크리스마스는 최근 논쟁의 대상입니다. 얼마 전 네브라스카주에서는 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상징물을 금지해 논란이 일었는데요. 이 선생님은 “모든 아이의 문화를 배려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산타 장식과 트리를 비롯해 지팡이처럼 구부러진 크리스마스 장식용 사탕 등을 학교에 가져오지 말라 지시했습니다.
알파벳 J 모양의 사탕이 예수(Jesus)를 상징하기 때문이란 설명이었죠.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학부모들과 기독교 단체가 교육청에 “크리스마스를 적대시하는 행위는 미국 헌법에 어긋난다”며 항의했고 교장은 무기한 정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비기독교 신자를 배려하기 위해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할리데이(Happy holidays)'와 같은 인사말을 쓰기도 했습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내가 당선되면 우리는 다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라 부르지 못하는 것은 다수 기독교 신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이유에섭니다.
뉴욕타임스 역시 ‘해피 홀리데이’보다 ‘메리 크리스마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내용의 여론 조사를 인용해 “유대인이나 무슬림도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아직까진 '정답'이 없어 보입니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가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건 1949년이지요. 석가탄신일은 이보다 26년 뒤인 1975년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최근 한국에 무슬림 이민·관광객이 늘면서 이들의 전통 명절인 '라마단'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이런 '문화적 상대성'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한국에서도 언젠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이 조심스러워질 수 있으니까요.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 "강아지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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