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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영의 News English] 크리스마스 이브, 기차에서 만난 아주머니의 쪽지

바람아님 2018. 12. 25. 16:30

(조선일보 2018.12.25 윤희영 편집국 편집위원)


2001년 크리스마스 이브. 뉴욕시 경찰 딘 심슨은 기차에 몸을 실었다(board a train).

생을 마감하러(end his life) 가는 길이었다.

장애인에 알코올중독자(a disabled alcoholic)가 된 그에겐 크리스마스와 새해, 그 어느 것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얼굴은 모른다. 형 하나뿐이었다.

아버지 뒤를 이어 뉴욕시 경찰이 됐다(follow in his father's footsteps to join the NYPD).

1993년 검문을 받던 용의자가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의 발목을 산산조각 냈다(shatter his knuckles).


[윤희영의 News English] 크리스마스 이브, 기차에서 만난 아주머니의 쪽지


불구가 됐다(become disabled). 현기증에 청력 상실까지 왔다(suffer vertigo and hearing loss).

그의 삶은 그때부터 바스러졌다(crumble).

아버지가 림프종으로 돌아가시고(die of lymphoma) 형과의 관계도 틀어졌다(become estranged).

여자 친구마저 다른 남자에게 가버렸다.

알코올중독과 우울증에 빠져들었다(slip into alcoholism and depression).


만취했던 밤에서 깨고 나니 9·11 테러가 벌어져 있었다.

절친했던 동료(intimate colleague)들마저 한순간에(in a flash) 잃었다.

돕겠다고 나섰지만 걸림돌만 될 뿐이었다(only get in the way).

짐이 되느니(be a burden on them) 삶을 포기하는(quit on life) 편이 낫겠다 싶었다.

산 정상에 올라 목숨을 끊기로 작정하고(determine to take his own life) 기차표를 샀다.

한쪽 주머니엔 아버지의 성경책, 다른 주머니엔 권총을 품고 자리에 앉았다.


"예쁘지 않아요?" 옆자리 60대 아주머니가 눈 덮인 나무(snow-clad tree)를 가리키며 말을 걸었다(chat him up).

2년 전에 남편과 사별했다고 했다. 뉴욕에 살면서 뭐가 가장 좋으냐고 물었다.

"며칠이든 어느 인간하고도 말 한마디 섞지 않고 살 수 있는 그 익명성(anonymity)이 좋다"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bite her nose off). 무례했다는(be rude) 생각에 사과했다. 괜찮다며 받아주더니 다음 역에서 내렸다.

"어디를 가는지(be headed for) 모르지만 나중에 읽어보라"며 쪽지 하나를 건네고 갔다.


산 정상에 올라 아버지 성경을 꺼내 작별 인사를 하려 했다. 쪽지 하나가 삐져나왔다.

제일 좋아하셨던 구절(favorite passage) 고린도전서 10장 13절이었다.

'하나님은 미쁘사(be faithful)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을 당하게 하지(let you be tempted beyond what you can bear)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엔 피할 길을 내사(provide a way out)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endure it) 하시느니라.'


기차 아주머니가 건네준 쪽지를 읽고는 산길을 도로 내려왔다(head back down the trail).

술을 끊었다(go on the wagon). 현재는 플로리다에서 참전 용사 재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51세가 된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아주머니 쪽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젊은이, 삶은 나누라고 주어진 선물(a gift meant to be shared)이라오.

절대 희망을 잃지(give up hope) 마시오. 메리 크리스마스!'